[데스크 진단] 김준기 충남본부장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참으로 많은 인물과 사연이 우리 곁을 스쳐지나갔다. 50년 지기 죽마고우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맞붙은 충청북도지사 선거나 공천갈등으로 현역시장의 무소속 출마설까지 나왔던 서산시장 선거까지, 선거구마다 온갖 이야기 거리가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인구 3만이 조금 넘는 소도시인 청양군이 보여준 드라마틱함은 대한민국 어느 정치1번지보다 박진감이 넘쳤다. 선거를 6개월 여 앞둔 현역 여당 군수의 전격 구속과 40여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의 무죄석방, 그리고 무소속 출마와 당선.

지난 몇 개월간 이석화 청양군수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파란만장했단 말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 기간 청양군도 술렁이기는 마찬가지였고 특히 지역정가와 공직사회는 더욱 심했다.

정가에서는 손발이 묶인 용의 자리를 노린 능력 있는 이무기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져 충청남도에서 가장 작은 선거구인 청양군에서 7명의 군수 후보가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것도 모자라 페어플레이가 일찌감치 실종된 선거판은 서로를 물어뜯는 복마전이 돼 청양 군민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또 갑작스럽게 선장을 잃은 공직사회는 혼란이 정점에 이른 선거에서 누가 용이 될지, 누가 돼야 유리할지를 계산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선거기간 중 '공무원 누구는 누구에게 줄을 섰다더라', '누구는 누구를 지지한다더라' 등의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았고,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기자에게 들어오는 등 청양 공직사회도 그 어수선함이 선거판 못지 않았다.

이러한 혼란을 제공한 원인이 현직 군수의 구속에서 비롯한 만큼, 이 군수는 무죄판결을 받기 전까지 숱한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고, 때에 따라서는 어처구니없는 모함도 당했을 것이다. 아마 이석화 군수도 감옥에서건 풀려나서건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을 테고, 불리한 위치인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직접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여하간 이제 선거는 끝이 났다. 그것도 수직추락했던 용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승천하는 모양새로 말이다.

과거 혈전을 치른 지자체의 경우 암암리에 살생부가 작성돼 상대편에 섰던 사람들을 작업(?)했던 사례가 있어, 아마 청양 정가와 공직사회에도 뒤통수가 편치 않은 사람들이 있을 듯하다.

상황이 워낙 최악이었던 터라 몇 곱절이나 큰 배신감과 절망감을 맛본 이 군수도 이제 다시 권력을 잡았으니 자신에게 등을 돌렸던 이들을 향해 하고 싶은 말도 꽤나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란 자리에 오른 사람의 언행은 보통사람과는 달라야 함을 이석화 군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석화 군수는 지난 선거 기간 중 "억울하고, 기가 막혀 분통이 터져 살 수가 없었지만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모든 것이 내 덕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대인배 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아마 이런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고, 이 군수가 다시 수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군민들은 허락했을지도 모른다.

행여 가슴 한 구석에 아직 삭이지 못한 앙금이 있다면 툴툴 털어버리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청양군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준 군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돌아온 용이 지금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아니라 절영지연(絶纓之宴)의 자세임을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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