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불쾌지수를 높이는 날씨는 참기 힘들다. 차라리 장마가 시작되면 시원한 맛이 있고, 장마가 끝난 뒤에는 화끈하게 더우니 각오만 하면 참을 만 하다. 요즘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마치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의 우중충한 날씨와 같이 불쾌하다. 벌써 근 삼 년여에 걸쳐 증권시장은 1천800에서 2천 초반대의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횡보장을 지속하고 있다. 모두들 언제나 이 박스권에서 탈출할 지 가늠해보며,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 사이 개인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기진맥진하고 있고, 그나마 가끔씩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외국계 자금에 기대를 걸지만 박스권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박스권 증시는 거래대금을 위축시키고, 위탁수수료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증권회사는 연일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으며, IMF외환위기 때보다도 명예퇴직이 더 난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증권회사를 찾아 날아들었던 증권맨들은 정든 여의도를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은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고려도 있었지만, 미래 비전 부재에 대해 더 많은 걱정을 한 결과이다.

거기다가 정책 당국에서는 지난 6월 17일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증권회사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싸늘하였다. 그 동안 그나마 새로운 수익원이 되어가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에서 은행을 참여시키기로 한 것에 대해,증권업계는 바짝 긴장을 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뜩이나 어려운 환경에서 수익원 확보에 매진하는 마당에 들려온 소식이라 실망은 더 컸다.

종합주가지수가 박스권을 헤매고 증권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비단 증권업계만의 문제라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 것도 없다. 문제는 종합주가지수의 지지부진함이 우리나라 경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경제는 고령화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란 걱정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표지표인 국고채 3년금리는 수년간의 최저치를 경신하며 떨어지고 있고,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들은 생산을 위한 투자에 쓰여지지 않고 어딘가에 잠겨져 있다.

반면에 세계 최강인 미국은 1980년대 초반 1천p이던 다우존스지수가-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기는 하였지만-약 16배나 상승하며 최고점을 지속적으로 경신해 나가고 있다. 또한 잃어버린 20년을 한탄하던 일본 증시도 아베노믹스의 힘에 의해 작년부터는 큰 폭의 상승을 하였다. 미국의 경우 탄탄한 증권시장을 기반으로 재태크가 발달하게 진행되어 전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다. 퇴직연금으로 주식관련 상품을 투자하고, 저축수단으로 펀드 등에 투자하며 장기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가계의 재정에도 상당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자본주의에서 증권시장을 외면하고 자본을 축적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여 은행 이자 만으로는 노후를 살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싫으나 좋으나 위험은 약간 있더라도 투자수익율이 좋은 투자처와 상품을 모두가 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런 수요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다. 그만큼 해외 투자는 예전에 비해 아주 편리해졌다. 이웃 일본은 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해외투자가 급격히 활성화 되며 자본은 국경을 무시하고 있다. 자본의 논리는 선과 악, 이념, 국경보다 앞선다.

정부는 제2기 경제팀을 새롭게 꾸리고 있다. 어려운 만큼 기대가 크다. 우선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대책 등에 방점이 올려져 있다. 국민들은 활력 있는 경제, 비전을 제시하는 경제, 방향을 제시하는 경제를 원한다. 이를 위해 없애야 할 규제를 혁파하고, 장기성장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기대가 큰 만큼 할 일도 많다. 화끈한 리더십으로 각 경제주체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증권시장도 오랜 박스권 터널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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