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왕따는 학교나 직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흔치 않지만 지방의회에도 있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때문만은 아니다. 의회내 소수정당으로 전락하면 해당의원들은 따돌림을 당할수도 있고 스스로 왕따가 될 수도 있다.

9대 충북도의회에서 새누리당 모 여성의원은 회기중에 의회에 출석해 식사시간이 되면 함께 밥먹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전체 도의원 31석중 새누리당은 5석이었다. 상임위가 끝나고 삼삼오오 짝지어 나가면 여성의원에겐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의원도 드물었다. '싸움닭'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공격적인 의정활동도 한몫했겠지만 임기내내 홀대와 소외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더구나 당시 충북도의회 여당이었던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같은당 이시종 지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비판을 막기위해 의원들의 5분발언 횟수까지 제한하려고 했다. 도의회 다수당이 집행부를 공격하는 소수당 의원들의 입까지 막으려 했던 것이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다수당은 협상과 타협보다는 힘으로 밀어부치려는 성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지역 주민의 지지로 다수당이 된 만큼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고 흔들며 도의회를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사례는 많다. 당연히 소수당은 절치부심하게 된다. 만약 다수당과 소수당이 역전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거를 잊고 소수당에게 배려를 할 수 있을까. 아마 힘들것이다. 더 모질고 더 철저하게 다수당의 힘을 행사하며 상대를 제압하려 할것이다.

멀리 갈것도 없다. 지금 충북도의회는 4년전과 완전히 입장이 바뀌었다. 새누리당 21석, 새정치 10석이다.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새정치는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지난주 도의회가 개원하고 새누리당이 도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통째로 싹쓸이했다. 5개 상임위원회 양당 의원 비율도 4대2로 배치됐다. 새정치 의원들이 무력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선의원들은 새삼 '선거의 위력'을 느꼈을 것이다.

새정치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새누리당의 독선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무작정 나무랄일만은 아니다. 당초 새누리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석을 주기로 하고 새정치와 협상했으나 결렬됐다. 새정치가 상임위원장 자리 두석을 요구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쪽수'에서 밀려 무위에 그쳤다.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시키려면 상대를 압박할만한 '히든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무작정 고집만 피우다가 뒷통수를 맞은격이 됐다. 소속의원 10명중 재선의원이 7명이나 됐지만 정치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새정치는 앞으로도 운신의 폭이 좁을 것으로 전망된다. 9대 의회에서 새누리당은 5석에 불과하지만 나름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시종 지사를 겨냥해 공세를 취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에게 민선 6기는 비교적 '봄날'이었다. 이기용 교육감과의 갈등이 있기는 했지만 도의회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니 도정을 원활하게 이끌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기대는 꿈도 꾸기 힘들것이다. 당연히 새정치 의원들의 활동폭도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의회내 양당간 갈등국면에서 집행부나 이 지사를 비판할 수도 없다. 지금은 새누리당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의정업무를 무작정 보이콧 하기도 힘들다. 소수당의 한계와 정치력 부재를 뼈져리게 느낄지 모른다.

의회내 '권력의 이동'을 주목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최근의 양상을 한편으론 즐기면서, 한편으론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지사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의원들을 전담해 맨투맨으로 접촉할 것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제부지사에서 이름이 바뀐 정무부지사의 역할을 감안해 적당한 인물을 인선하는데 고심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對의회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의회 행보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에 달렸다. 힘을 갖고 있으면 그만한 책임도 뒤따른다. 충청권은 최근 대전환기를 맞았다. 세종시가 본궤도에 오르고 통합청주시가 출범했으며 기업도시·혁신도시가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규제완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지사 혼자 뛴다고 현안이 해결되고 충북이 부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그럴려면 포용과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감시와 견제를 하더라도 필요할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게 충북을 위하는 길이다. 다수당이 독주와 독선으로 일관한다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것을 역대선거는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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