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성향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요즘 충북도의회로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새누리당이 충북도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도교육청 예산의 삭감폭이 크기 때문이다. '보혁갈등'이라는 이념적인 문제가 예산심의까지 확대된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4명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2명으로 구성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그제 도교육청이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2조1천491억원)을 심의하면서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의원 표결에서 의석수로 밀어붙여 김 교육감의 핵심 공약 사업 예산안을 전액 삭감했다.

전액 삭감된 예산안은 예비혁신학교 운영비(2억원)와 혁신학교 교원·관리자 연수비(1억433만원)를 포함한 혁신학교 운영비 총 3억1천9만원, 21세기 타운미팅 사업비(7천만원), 조직진단 용역비(5천만원)등이다. 전날 표결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액 삭감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새정치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도교육청이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 중 '교육감 공약사업 기반 마련을 위한 예산안'은 총 7억4천689만원으로 이 가운데 57.6%가 삭감된 것이다.

물론 교원 명예퇴직 수당 220억원, 비정규직 인건비 147억원, 기숙형 중학교 설립비 36억원, 진천유치원 설계비와 토지 매입비 26억6천만원 등은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김병우 교육감의 핵심공약이 제대로 추진될지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이번 도의회의 예산삭감은 6.4지방선거가 끝난직후부터 예견된 일이다. 새누리당은 전교조 출신 첫 교육감을 벼르고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누리당 김양희 의원은 예산심의 이전인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집행부 질문에서 김교육감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새누리당이 김 교육감의 개혁드라이브에 맞불을 놓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은 취임전 정책과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20명 안팎의 평교사들로 구성된 '공약추진팀'과 '혁신학교 TF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으며 최근엔 0교시수업을 폐지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수성향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혁신학교를 통해 교육현장이 진보 편향으로 변화하는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도 도민의 선택에 의해 당선됐다. 무엇보다 그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능력 있는 사람을 기르자'는 보수적 교육관과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자'는 진보적 교육관을 융합시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념문제로 충북교육청 예산을 재단한다면 신임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없다. 그렇다고 충북교육청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삭감할 것은 과감히 삭감해야 하지만 핵심공약사업 예산이라고 무조건 칼질 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여건이 좋아지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약이라면 예산안을 수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또 충북교육청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몇번이라도 쫓아가서 예산편성의 당위성을 설명해야 한다. 충북교육 발전을 위한 예산심의가 이념갈등으로 변질되는 것은 지역교육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