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이민우 사회부장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인사가 매우 어렵고 동시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인사의 요체는 사람을 잘 골라서 적재적소에 배치·등용하는 것이 골자다. 자칫 이게 잘못될 경우 망사(亡事)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힘든 일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고민해서 인사를 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람이 허다하다. 뿐만 아니라 소임은 커녕 물러난 자리마저 더럽히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은 절대적이다. 설사 과반이 안 되는 지지율로 당선이 되더라고 인사권 만큼은 100% 권한을 행사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자치단체장이 공무원 사회에서 군림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전횡'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과거 청주시 인사에서는 선거에서 줄을 선 공신(?) '공무원들과 측근'을 승진시키고 상대 후보를 지원하거나 편에 섰다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노골적으로 인사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주요 보직 '내 사람 심기'도 공공연히 이뤄졌다.

당선되면 선거때 혼신의 힘을 쏟은 측근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자신이 부리기 좋고, 또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렇다.

지도자의 공정성 잃은 이 같은 '인사전횡'은 부정부패로 이어진다. 공직자의 경우 눈치 보는 공무원들만 양성하고 지역발전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그리고 더욱 심해지면 개인의 몰락을 재촉하는 것은 물론 애써 가꿔 온 기초 민주주의마저 장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승훈 시장은 22일 명예퇴직 및 공로연수로 공석인 9개 면·동장의 사무관 승진내정 인사를 단행했다.

청주시가 밝힌 이번 인사는 최일선의 차질없는 대민행정서비스 제공으로 지역화합을 이끌 면·동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둘수 없어 우선 단행했으며, 7월 1일 출범 이후 조직의 조기안정을 위해 6급 이하 후속 인사는 다음으로 미뤘다.

'인사가 만사다'란 말은 곧 진리다. 이번 첫 승진 인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시장이 설정한 '통합과 상생의 일등경제 으뜸청주'를 완성한다고 했듯이 통합, 포용, 상생이 시정운영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청나라 관리 심문규가 충언했듯 '하늘은 한 세대에 충분히 쓰고도 남을 인재를 내려준다'. 이 시장은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능력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눈을 크게 뜨고 인재를 골라야 시빗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

인사행정은 또한 모든 지방자치 행정의 근본이다. 이 시장도 이를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적재적소에 능력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사기를 진작하며, 필요시 직원들의 능력 발전을 위해 교육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연공서열과 인사 관행에 묻혀 있는 유능한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하는 것은 조직에 신선한 충격을 줘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능력 위주의 발탁인사라는 명목으로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정실 개입의 여지를 확대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전문성보다는 친소관계에 따라 직위를 부여하면 지자체의 행정력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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