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박재광 교육부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장 출신인 김병우 교육감이 기대와 우려 속에 취임했지만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김 교육감이 조직장악에 나서면서 내부 불만은 잦아들겠지만 도의회발 '외환'은 임기 내내 김 교육감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김 교육감의 핵심공약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거나 대폭적인 수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윤홍창)가 도교육청의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김 교육감의 핵심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했다. 교육위는 김 교육감의 핵심공약인 혁신학교 지정·육성을 위한 예비혁신학교 운영비 2억원, 혁신학교 교원 및 관리자를 위한 연수비 1억433만원 등 혁신학교 관련 예산 3억1천9만원을 모두 삭감됐다. 또 '21C 타운미팅'예산 7천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특히 김 교육감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본청과 직속기관, 지역교육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조직진단용역비 5천만원도 모두 삭감해 김 교육감의 공약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됐다.

삭감된 예산 중 조직진단용역비 5천만원은 예결위에서 복구됐지만 김 교육감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혁신학교 관련된 사업 추진은 초반부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교조 충북지부장 출신인 김 교육감의 공약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김 교육감은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의식해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소통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보수진영에서 느끼는 체감의 폭은 상당하다.

이는 보수진영의 반감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김 교육감은 논란 속에서도 현직교사 파견을 강행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결국 현 조직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사람을 영입해 조직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충북교육을 위해 헌신한 교직원들은 한순간 무능, 무사안일, 김 교육감 정책 이해부족 등으로 낙인찍히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소통교육감을 약속했던 김 교육감이 1명이든 10명이든 선거에 도와줬던 인사들을 영입하면 조직은 '金心'을 가장 잘아는 영입인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업무처리가 원만하게 이루어질지 우려된다. 김 교육감이 공약추진에 강력한 변화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방향을 중시하는 그의 정책이 어느정도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스며들지는 의문이다.

갑작스런 0교시폐지를 비롯 김교육감의 각종 공약 사업에 도의회에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4년은 순탄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성된지 불과 1주일이 지난 김교육감 TF팀이 무엇인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약을 추진하면 탈이 나게 된다. 서두르지 말고 정책 결정에 공청회, 설명회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학부모들의 뜻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교육의 중심은 교육수요자다. 이념이 달라 여러 가지 교육청이불협화음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 역시 그 피해 당사자가 된다.

유성종 전 교육감이 김 교육감 취임식에서 한 축사에서 김 교육감 당선을 도왔던 동지, 조력자 등에게 조언한 '김병우를 풀어줘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선거 1등 공신들은 앞으로 김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처신과 보좌를 잘하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성급한 결과물 도출은 부작용만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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