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구철 충주 주재

많은 논란 속에서 충주시가 적극 추진했던 수안보말문화복합레저센터 설립이 조길형 충주시장의 동의 보류로 결국 무산됐다.

충주시가 이 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한 지 1년여만이다. 이종배 전 충주시장은 시장 재직 중이던 지난 해 6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처음으로 말문화센터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시장은 "수안보에 말문화복합레저센터가 들어서면 충주시에 연간 100억원의 세수입이 확보돼 지역발전에 큰 보탬이 된다"며 유치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충주시 1년 예산에 맞먹는 매출을 올릴 경우에나 가능한 셈이어서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드러났다.

시는 사업 강행을 위해 사업자를 유치했고 이 회사는 사업부지를 매입해 건축심의까지 마쳤다.

시의 지원에 힘입은 수안보 주민들도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 시내 곳곳에 수백여 개의 현수막을 내걸며 유치 동조여론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말문화센터에 화상경마장이 포함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일부 시민단체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지역 언론들도 화상경마장으로 인한 타 지역의 피해사례 등 각종 폐해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시의 신중론을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관광경기 활성화냐 사행성산업 유치냐를 놓고 시민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연일 공방을 주고 받으며 심하게 대립했다.

시는 뒤늦게 의견을 수렴한다며 공청회를 열었지만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꿰맞추기식 공청회"라는 지적을 받았고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한다고 했다가 이마저 무산됐다.

결국 시장이 바뀌면서 사업 무산으로 결론났지만 이로 인해 충주시민들은 심각한 반목과 분열, 갈등을 겪었고 엄청난 시간·경제적 손실만 떠 안게 됐다. 애꿎은 사업자도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시정에 대한 신뢰성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지만 누구도 책임질 사람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지도자들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찬반 논란이 예상되는 시정을 추진할 때는 사전에 당위성과 경제성, 합리성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구해야 한다.

오로지 시정책임자의 의지만으로 시정을 추진했다가는 이 번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충주시민들은 각종 지역현안을 놓고 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는 대부분 여론을 도외시한 정치지도자들의 신중치 못한 판단 때문에 생긴 일들이었다.

정치지도자들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선거 때마다 표를 구걸하며 외쳤던 대로 그들 스스로 시민들의 머슴이 돼야 한다. 눈과 귀를 열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민심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은 그들의 눈높이에 서서 가슴으로 소통하는 정치지도자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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