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실수로 사람들에게 실망을 드렸어요. 스스로 복귀가 너무 이른 것 같아 망설이기도 했죠.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시청자의 목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일 거고요. 하지만 데뷔 이후 처음으로 공백을 갖다 보니 일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도 많이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탤런트 박시연(35)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애써 톤을 낮추며 차분한 듯 말했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박시연은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1년6개월 만에 종합편성채널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됐다.

"데뷔 후 지금까지 평균 2.5개 작품을 했어요. 그러다 원치 않은 공백을 갖고 촬영장에 가니 너무 떨렸죠. 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했어요. 또 촬영장에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고요. 그럼에도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큰 용기를 낸만큼, 각오도 남달라요. 쉼 없이 일해서 몰랐는데 시간을 갖고 보니 모든 것들이 소중하네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이었다. "혼자만의 일이라면 질타와 비난도 받아들이겠지만 드라마는 스태프,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는 큰 프로젝트인데 개인사로 인해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리를 지키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래도 피해가 갈 것 같아서…"라는 걱정이 앞선다.

쉬는 동안 육아에 전념했다. 지난해 9월 결혼 2년 만에 얻은 첫 딸과 하루하루를 보냈다. 임신과 동시에 불어난 20㎏을 덜어내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 "살찌는 내 모습이 싫었다. 축축 처지고, 남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옷도 배를 가리는 옷만 샀다. 평소 사람도 잘 안 만나는 내가 더 집에만 있게 됐다. 그렇게 24시간 아이와 있다 보니 가끔은 힘들게도 느껴졌다. 집에서 종일 아이와 있으니 가끔 주눅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운동을 시작했고, 일도 들어왔어요. 대본 리딩을 하면서 점점 바빠지니 아이에게 더 최선을 다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아이가 보고 싶은 단점도 있어요. 아이가 9개월 됐는데 하루하루가 달라져요. 지금은 엄마, 아빠, 맘마, 세 마디를 해요. 어제는 도리도리도 시작했어요. 아이가 나에게 웃어주면 세상이 제 것 같기도 해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기는 엄마의 드라마 복귀 이유 중 하나다. "아이가 더 크면 우리 엄마가 뭘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겠죠. 그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시연은 드라마에서 9시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차기영'으로 등장한다. 1회 첫 장면이 뉴스 진행이다. 유경미 아나운서를 만나 족집게 과외를 받기도 했다. "숫자에도 장음과 단음이 있다. 톤도 다르고 말하는 형식도 객관적이어야 한다. 단음과 장음을 하나하나 익혀갔다. 대사는 나와 있으니 집중적으로 스파르타식 수업을 받았다"며 뽐냈다. 그간의 노력을 담담하게 전했다.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는 대천명의 태도다.

결혼과 성공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비혼모'의 삶을 택하게 된다. 2011년 박시연도 결혼 당시 주목받는 연기자였다. 차기영의 삶과 어딘가 맞닿아 있다. 하지만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 일도 중요하지만,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자리 잡고 싶었다. 다행히 남편도 착해서 내 일을 존중해준다"며 고마워했다.

"드라마 선택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이 '네 삶은 네 삶'이라고 이해해주더라고요. 또 '네가 행복한 게 내가 행복한 거다'고 말해줬어요. 가장 힘이 돼 주는 사람이죠. 이렇게 이해를 해주니 가정에 더 충실해지려고 해요. 제가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박시연은 이 드라마로 목표가 생겼다. "친구들끼리 가끔 '응답하라 1994 봤어?'라고 말하잖아요. 캐릭터들이 잘 녹아든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뜻이 포함된 것이지요. 드라마가 끝날 때 '최고의 결혼 봤어? 완전 재미있지?'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런 얘기를 들으려면 제가 잘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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