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근규(새정치민주연합) 제천시장이 지난주 '삼한의 초록길', '의림지 역사박물관', '왕암동 폐기물매립장' 등 재검토를 지시한 사업에 대해 인수위원회와 협의할 것을 해당 공무원들에게 지시한것과 관련해 청내외 역풍이 만만치않다. 이 시장은 "제천시장직 인수위의 재검토 사업 7개에 대해 부서별 TF팀을 구성해 검토한 뒤 인수위와 협의하라", "TF팀은 5명 내외로 구성하되, 구성 명단을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인수위는 이 시장 취임직전 해체된지 거의 한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사실여부를 떠나 인수위가 제천시의 '옥상옥'으로 군림하는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당연히 시 공무원들은 혼란스런 상황에 불만이 팽배할 수 밖에 없다. 제천시의 7개 현안사업은 최명현(새누리당) 전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시장이 바뀌었으니 사업을 재검토 할 수 있고 이 시장의 정책적인 소신을 반영하고 싶은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해체된 인수위와 재검토여부를 협의하라는 것은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자칫 공무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도 무력될 수 있는 것은 말할것도 없다. '인수위 행정'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기존 행정시스템은 설자리가 없을 것이다. 공무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이유다.

인수위는 구성될때 부터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문성이 결여된 것은 물론 일부 인수위원들의 자질과 자격 논란 때문이다. 이 시장은 당선자 시절 학계, 공직, 시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 15명의 위원을 선정한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중 모위원은 시의원 재임 당시인 2008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두차례에 걸쳐 왕암동 제2산업단지 내 폐기물업체로부터 총 300만원을 받아 형사 처벌을 받은바 있다. 시청 고위간부 출신인 또다른 위원은 인수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후배공무원들을 다그치고 과도한 자료를 요구하는 고압적 태도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점령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인수위원에서 물러났다. 또 타지역에 주소지를 둔 대학교수가 인수위원장을 맡은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시장은 주로 방송국과 관변단체에서 사회경험을 쌓은 정치인 출신이다. 행정경험은 없도 자치단체장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때문에 참신하고 개혁적인 발상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시장 취임식도 시청도 아닌 중앙시장 차없는 거리에서 '시민시장 출범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의미있는 이벤트가 한낱 '정치쇼'로 전락되지 않으려면 시민들에게 능력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시장이 돼야 한다.

만약 인수위 출신 인사들이 부서별 TF팀에 소속돼 시정을 좌지우지 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시민들의 시각이 어떨지는 안봐도 뻔하다. 일부 인수위원들은 TF팀 참여를 고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외부인사들이 시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좋지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젠 시 공무원들을 앞세워야 한다. 제천시청 공무원들이 믿고 따를수 있는 리더십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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