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핫펠트(HA:TFELT)’라는 이름으로 솔로 앨범 ‘미(Me)?’를 발표한 그룹 ‘원더걸스’ 예은(25)은 앨범 발매 전 파격적인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진심 어린’이라는 뜻의 ‘하트펠트(Heartfelt)’에 뜨거운(Hot)이라는 의미를 더 한 활동명 ‘핫펠트’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는 영상에서 예은은 입고 있던 옷가지를 하나둘씩 벗고 알몸으로 비를 맞는다.

“많은 분들이 이번 음악을 듣고 ‘의상 콘셉트가 뭐야? 뭐 입고 나와?’라고 말씀하셨어요. 원더걸스를 생각하면 아웃룩이 중요하지만, 제 음악은 그렇지 않거든요. 스스로도 뭘 입어야 할지 고민이 있었어요. 보이는 음악이 아니라 듣는 음악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아무것도 입지 말자’고 생각했죠.”

영상은 역할을 했다. ‘핫펠트’를 알렸고, ‘핫펠트의 음악’을 말했다. ‘핫펠트’의 길을 걸으려는 예은의 마음도 담았다. “비 오는 날 발가벗고 나와 비를 맞는 게 어떻게 보면 미친 짓이잖아요. 제 앨범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죠. 회사에서는 ‘너무 센 게 아니냐’고 하셨지만, 제가 밀어붙였어요.”

티저 영상뿐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숙제는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에 많은 걸 밀어붙였다. 앨범에 수록된 7곡 중 타이틀곡을 고르는 것부터 뮤비 콘셉트, 안무 콘셉트, 재킷 커버 콘셉트, 활동명 등이다.

“박진영 PD님은 대중성을 많이 걱정하셨어요. 다른 곡을 타이틀곡으로 가자고 하셨는데 제가 주장을 안 굽혔어요. 나중에는 화도 많이 내셨죠. PD님을 설득하느라 커다란 음악 노트 11장 분량의 편지를 썼어요. 제가 어떤 감정으로 곡들을 썼는지를 빼곡하게 적었죠.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어요.”

스스로 “전쟁” 같았다고 말하는 과정을 자처했다.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300%는 잘 나온 거 같아요. 작업할 때는 타이틀곡이 나올지도 몰랐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대로만 만들자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가진 열정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음악들이 세상에 나오는 거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뿌듯한 의미에요. 곡들이 들을수록 좋아지는 거 같아요.”

원더걸스로 활동할 때는 상상 못 할 일이다. 경험으로 단단해진 마음이 예은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팬 중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교 1등을 하던 친구가 뇌종양으로 쓰러져 수능시험 날 세상을 떠났어요. 그 사건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공부와 원더걸스, 두 가지 밖에 모른다고 했던 친군데 이제는 원더걸스도 볼 수 없고 공부도 무용지물이 된 거죠. 착하게 밝은 친구였어요. 병실에서도 밝았어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생각은 올 초 방송 촬영 차 떠난 아프리카에서 굳어졌다.

“사자, 표범, 악어가 나오는 곳을 원주민 애들이 맨발로 뛰어놀더라고요. 무섭지 않으냐고 했더니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사람은 동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스스로 과소평가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저는 그동안 망하고 두려워하고 손가락질받는 걸 두려워했던 거에요. 그 모든 것들이 견딜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뒤 생각했어요. ‘내일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앨범을 낼까, 내가 가진 걸 담을까?’”

예은이 선택한 타이틀곡은 원더걸스가 전혀 연상되지 않는 ‘에인트 노바디(Ain’t Nobody)’다. 록발라드로 흐르다 힙합풍의 비트로 빠지기를 반복하는 실험적인 곡이다. 예은은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뽐내지 못했던 가창력을 뽐내면서 현대무용도 소화한다.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경력이 많은 작곡가도 아니고 상업적으로 성공했던 작곡가도 아니잖아요. 원더걸스의 음악이 남녀노소가 사랑해줄 음악이었다면, 저와 같은 성향과 생각을 가진 분들을 위해 특화된 앨범이죠.”

회사의 의견보다 온전히 자신의 감성을 담은 탓에 책임감도 컸다. 핫한 래퍼 빈지노(27)를 수소문해 직접 피처링을 부탁하고 뮤지컬 활동 당시 늘었던 체중도 감량했다.

“저는 신데렐라처럼 원더걸스가 된 케이스에요.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죠. 그동안 7~8년을 일하면서 저를 찾고 다듬어 단단해진 거 같아요. 중간에 잃어버렸던 열정도 다시 찾은 느낌이고요. 이제는 준비가 된 거 같아요.”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