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 키슬링·서울 유상훈, 공동 MVP수상

'한국 축구의 대들보' 손흥민(22)이 90분 간 활약한 가운데 소속팀 바이엘 04 레버쿠젠이 FC서울을 상대로 원정 승리를 챙겼다.

레버쿠젠은 3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LG전자 초청 FC서울-레버쿠젠 친선경기'에서 전반 24분과 후반 14분 터진 카림 벨라라비와 슈테판 키슬링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했다. 지난 28일 독일에서 경기를 치르고 장거리 비행 끝에 방한했지만 자신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축구팬들을 위해 후반전까지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루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좋은 경기를 하겠다. 분데스리가 톱 팀의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던 손흥민은 약속을 지켰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소속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손흥민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돌파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손흥민은 좌·우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서울 수비진을 괴롭혔다. 경기 초반 문전으로 투입한 킬패스도 일품이었다.

골 욕심도 냈다. 전반 29분 벨라라비의 전진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지역 정면 우측에서 작정하고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공이 골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전에도 투지를 불태웠다. 경기 종료 직전 폭발적인 드리블로 서울의 페널티지역까지 파고든 뒤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주심의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누워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친선경기였지만 레버쿠젠은 주요 선수들은 대거 투입하며 승리를 노렸다. 손흥민을 비롯해 키슬링, 벨라라비, 곤잘로 카스트로, 세바스티안 보에니시, 스테판 라인나르츠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28일 알레마니아 아헨과의 친선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류승우는 독일축구협회로부터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K리그를 대표해 레버쿠젠을 맞은 서울은 오스마르, 고명진, 몰리나. 고광민, 에스쿠데로, 김치우, 김진규 등 정예 멤버가 총출동했다. 단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차두리는 결장했다.

원정팀 레버쿠젠이 경기 초반부터 공격에 열을 올렸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서울 유상훈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맛을 보진 못했다.

잠시 주춤하던 서울도 반격에 나섰다. 전반 10분 에스쿠데로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레버쿠젠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0의 균형'을 레버투젠의 골잡이 발라라비가 깼다. 전반 24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후 손흥민까지 가세해 공격의 수위를 높였지만 서울은 침착한 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들어 다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줄다리기 끝에 레버쿠젠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14분 문전에서 공을 받은 키슬링이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서울은 윤주태, 윤일록 등을 모두 투입해 반전을 노려봤지만 끝에 만회골을 넣지 못했다.

경기 후 발표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멋진 골을 만들어낸 키슬링과 패배 속에서도 눈부신 선방쇼를 펼친 서울의 유상훈에게 돌아갔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4만6722명의 관중이 몰렸다. 경기를 마친 레버쿠젠 선수들은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한국팬들을 위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손흥민은 모든 선수가 퇴장한 후에도 홀로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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