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자주 나이 드신 부모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다 큰 자식 때문에 걱정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장가나 시집을 안 가서도 걱정이지만, 허구한날 친구도 만나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정작 그런 자식들은 방안에 앉아서도 할 거 다하며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부터인지 아주 쉽게 목격하는 풍경이 카페에 둘이 마주앉아서도 서로 제각각 스마트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인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말 잘 안 통하는 세대간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젊은 세대는 앉자마자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멍청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만도 없는 윗 세대는 답답하여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지만 이내 실증을 느끼고 짜증을 낸다.

기계가 사람을 먹는 시대라고 하면 너무 과격한 말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앞에 뻔히 사람이 있는데 기계에만 빠져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런 시대다. 그리고 문제는 점점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스마트폰이란 기계가 없다면 도무지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얼마 안 있으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미 우리 생활에 많이 침투해 있지만 광범위하지 않아 아직 사물인터넷 시대라고는 하지 않는다. 예상으로는 2020년대부터라고 예측들을 하고 있다. PC통신을 기반으로 한 세대가 1990년대이고, 인터넷이 2000년대이고, 스마트폰이 2010년대이고, 사물인터넷이 2020년이라고 하면, 이 분야의 큰 흐름은 십 년 단위로 획기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변화시키고, 산업지형도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2020년에 나타나게 될 사물인터넷만 하여도 사물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서로 대화를 하며 인간생활에 깊숙이 관여한다. 우리 몸을 스캔하여 정보를 저장?분석하고, 우리의 라이프사이클을 정보화하여 자동으로 조절 해주고, 생활기기들을 어디에서든 조작 가능하게 해준다. 예전에는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를 하여 해결을 부탁해야 할 일들이 스마트폰 조작 만으로 간편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람끼리 친해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기계와 상대해서 해결하는 일이 늘어나고 시간도 절약되게 된다. 당연히 매력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럼 사람끼리의 관계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한 기계란 존재 때문에 사람끼리의 관계는 사라지고, 관계 설정에 대해 재정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동시대라면 서로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면 된다지만, 다른 생활양식의 세대끼리는 심각한 불편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현상은누구의 잘못도 탓도 아니다. 그냥 시대가 요구하는 기기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존재할 뿐이고, 그들의 조화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는 순간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고 만다. 그리고 시대를 따라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방법은 없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처신하든지 하는 수밖에. 더 이상 예전의 양식을 거론하며 시대에 맞서는 것은 누추하다. 억울하더라도 그런 에너지를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세대와 기계를 이해하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트렌드에 앞서나가는 것은 우리 나라의 향후 미래와도 관련이 깊다. 재빠르게 앞서나가지 못하면 전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된다. 트렌드가 절대적으로 맞고 틀리고는 없다. 트렌드는 기왕의 것들이 뭉쳤다 떨어졌다 하면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변화의 과정일 뿐이다. 그것을 활용하고 창조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시대를 만들고 시대는 인간을 지배한다. 같이 가야 한다.힘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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