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7월말 순찰중이던 경찰이 찜질방에서 지내던 가출 동자승 5명을 발견했다. 충북지역의 한 사찰이 운영하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했던 이들이 찜질방에 있게 된 것은 주지스님의 학대 때문이었다.

동자승들은 "주지 스님이 때려 가출하게 됐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이 주지를 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

26명의 동자승들이 생활하는 이 사찰은 가정식 보육 시설인 그룹홈으로 지정돼 있으며 매년 4천500여만원의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행정처분이 내려진것은 아니지만 사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아동복지법상 해당 기초단체는 아동 학대가 확인됐을 때 6개월 이내의 사업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돼있다.

동자승은 말그대로 승려가 되기위해 준비중인 어린아이다. 사찰같은 종교시설에서 어린이에 대한 체벌이 반복적으로 가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절에 맡겨진 사연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사찰의 그룹홈에 들어간것은 주지스님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자승들이 가출할만큼 심한 체벌이 이뤄졌다면 심각한 일이다. 더구나 사찰의 그룹홈은 상당액수의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사랑과 자비 때문이 아니라 보조금에 대한 욕심으로 동자승들을 맡아온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종교시설의 아동학대는 새삼스런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푸른눈의 고아대모', '벽안의 어머니'라고 불리던 개신교 전도사출신 미국인 여성이 운영하는 영유아보육시설(고아원)에서 끔찍한 아동학대가 이뤄진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40년 넘게 버림받고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결혼도 포기하고 제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1천200명의 고아를 돌봐왔다는 그 시설이 아이들에겐 지옥과 같은 끔찍한 곳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 고아원에서는 10여년부터 고작 4살밖에 안된 어린이를 포함해 수십명의 아동을 몽둥이와 각목으로 구타하고 수개월간 독방에 감금하거나 수영장에서 아이의 두 발을 잡고 머리를 물속에 넣었다 뺏다하는 등 거의 고문수준의 고통을 준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고아대모는 국민훈장 모란장까지 받았다.

문제가 된 종교단체 그룹홈이나 고아원은 모두 보조금이나 기부금으로 운영되던 시설이었다. 하지만 한손으로는 돈을 챙기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끔찍한 체벌이 끊임없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같은 행위다. 자치단체가 보조금만 지원하면서 관리, 감독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곳에 대해 행정처분만 내려서는 해결책이 없다.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에 문제가 된 사찰에서 생활하던 동자승들은 모두 다른 아동보호시설로 분산된다고 한다. 가족 또는 형제처럼 지냈던 동자승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복지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종교단체에서 그룹홈이나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시설에서 올바른 복지가 이뤄지기는 힘들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에서 이들 복지시설에 보조금을 지원하려면 더욱 철저하고 꼼꼼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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