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지인들이 얼마 전에 파리를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왔다고 자랑을 하였다. 알고 봤더니 비싼 호텔에 머무르지 않고, 모바일 앱(App)에서 여행지의 민간 숙박시설을 중개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였다는 것이었다.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새로운 이색적인 체험을 한 것에 무척 만족해 하였다. 필자도 궁금하여 앱에 들어가 보았더니, 상당히 많은 정보가 축적이 되어있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리적인 시설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고 중개만 하는 이 회사가, 웬만한 전세계 호텔 체인을 가진 전통적인 회사보다 더 기업가치가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창립한 지 불과 얼마 안 되는 회사이니,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라 하겠다.

이렇게 개인의 남는 자원을 서로 나누어 쓰며, 돈도 벌고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버(Uber, 공유된 차량을 모바일 앱을 통해 중개하는 서비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재화가 공유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영업방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의 반발과 정책 당국의 규제는 상당히 심하다. 기존 질서와 새로운 질서의 충돌은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잉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유경제 이론은, 일찍이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20세기에 태동한 자본주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특징인데, 이 이론에 의하면 물품, 생산설비, 서비스를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이용하는 경제라는 것이다. 왜 진작부터 이런 생각이 없었겠는가. 다만, 예전에는 지리적, 정보적 장벽이 큰 관계로 현실화 하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지금이야 전 세계의 정보가 통합되고 바로 찾아서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아이디어만 좋으면 세계인이 고객이 되는 시대다. 땅덩어리 좁은 우리나라에서 시장 없다고 한탄만 할게 아니라, 세계인이 우리 고객이란 생각으로 도전해도 좋은 시대다.

전세계가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로, 9월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이 된 중국기업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들 수 있다. 중국 기업이지만 전세계 10억 명이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덕분에 이 회사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사상 최대의 금액으로 기업공개를 할 수 있었다.

공유경제 얘기가 나왔으니, 결부하여 우리 지역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요즘 서울에는 각 지역 축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고, 방송과 통신을 이용한 홍보 물량 공세도 대단하다. 전국의 수 천 가지 축제가 하늘 높고 청명한 가을에 주로 집중 되어 있다.

좀 유명해진 축제야 이름이라도 들어보았지만 대부분은 알지도 못하는 것이 흔하고, 괜히 예산만 낭비한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축제는 지역민만의 행사가 되면 성공할 수 없다. 관건은 외부 사람이 찾아가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외지인은 지역의 물품, 자원, 경험을 공유하며 만족을 얻는다. 축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교통이 편해야 하고, 숙박시설이 좋아야 하며, 유형과 무형의 경험이 공감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남는 자원을 활용하여 외지인과 나눌 것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역은 여러 가지로 자원과 시설이 빈약하다. 얼마 안 되는 예산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외지인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공유하게 하는 데는 공유경제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새롭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과 새로운 트렌드를 십분 활용하면 지역축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소유가 아닌 공유,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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