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다소 혼란스럽게 진행되었던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광역자치단체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정하고 해당 지역과 연고가 있는 대기업의 투자와 연계하면서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창조경제란 상상력과 창의성, 융합지식,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신성장동력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존의 모방경제를 탈피하고 선도적 창의경제로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창조경제의 개념에 입각한 사업들은 그동안 추진체계만 달랐을 뿐 그 이전부터 줄곧 진행되어 왔고 성과 또한 괄목할만하다. 최근 충북테크노파크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에서 비근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그 아이디어가 사업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계하는 비즈니스아이디어 사업화지원이 대표적 예이다. 실제로 어린 아이들의 건강을 염려한 끝에 고안한 초콜릿으로 크레파스를 만드는 아이디어는 특허출원과 비즈니스모델, 시제품제작 등으로 이어지며 법인을 설립하고 제품생산을 위한 설비를 갖추게 되었다. 산업간 기술간 융합을 통해 신시장과 신제품을 창출하기 위한 중소기업융합지원사업도 효과를 거두어서 융합R&D 기획으로 발굴된 고효율 공조기인 에코스마트공조시스템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중소기업이 우수한 기술을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개발 비용이 소요되고, 기술이 개발될지라도 사업화하기에는 물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교, 연구소, 기업 그리고 개인이 개발한 우수한 기술을 이전 중개하여 기술상용화를 추진하는 사업 또한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모방제품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손톱깍기 제조업체에 한국조폐공사의 위조지폐 방지기술인 문양을 활용한 진품식별 기술을 이전하여 모방제품을 획기적으로 근절시키고 매출액을 크게 증대시킨 사례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위에 제시한 사례의 공통적 성공요인은 거래와 융합 당사자 상호간 신뢰가 구축되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자 하는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중개역할의 장을 마련하고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이다. 디자인개발, 시제품제작, 마케팅, 컨설팅지원 프로그램처럼 사업비를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단순히 분배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동종 또는 이업종간 융합에 의한 기술개발과 실질적 기술이전 등 개방형 혁신을 통하여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러한 지원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소규모이고 단발적이어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 등이 손을 잡고 창조경제단지를 조성하여 창업지원과 벤처기업 육성, 초기사업화 펀드 등을 조성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시제품제작과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해외진출에 이르기까지 멘토링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역연고 대기업 지정의 근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환곡(還穀)은 조선 시대에 있었던 구휼제도 가운데 하나로서, 어려울 때 힘이 되도록 도와주고 풍년이 되면 되받는 진휼제도이다. 비즈니스아이디어에 대한 환곡제도와 같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대기업 등이 손을 잡고 중소기업 육성에 힘을 쏟는다면 우리나라 사업체수의 99%, 고용효과는 88%에 이르는 9988중소기업의 비즈니스아이디어 사업화, 융합기술개발, 기술이전 등으로 지역의 창조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며,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국가의 창조경제 정책에 일조할 뿐 아니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발맞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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