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논설실장·대기자

지난주 청주에는 39명의 베트남노인들이 단체로 몰려왔다. 바르게살기충북도협의회와 중부매일 주선으로 한국으로 시집보낸 딸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이시종 충북지사가 마련한 만찬장에서 이들을 본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돌아간듯 했다.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인 시골촌부의 인상 그대로 였다. 어린시절 빛바랜 흑백사진이 연상됐다. 이중에는 수년전 딸을 시집보내고 처음 상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비록 궁핍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키웠겠지만 금쪽같은 딸을 먼 이국땅으로 시집보낼때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자신들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주여성은 이제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언어도, 음식도 낮설은 땅에서 적응해 마을이장이 된 여성도 있다. 하긴 필리핀에서 시집 온 이자스민은 국회의원(새누리당)배지도 달았으니 마을이장이나 부녀회장이 된건 얘깃거리도 안된다. 농촌총각의 국제결혼은 결혼적령기의 여성들이 농촌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부모님 모시고 논밭을 일구며 생활하는 총각들은 마흔을 넘기도록 '짝'을 만나기는 별을 따는것보다 힘든일이 됐다. 당연히 동남아시아 처녀들에게 눈을 돌릴수 밖에 없다. '다문화가정'이 많은것은 시대적인 추세다.

이날 친정부모와 해후한 만찬자리에서 베트남 새댁들은 두세명의 자녀손을 잡고 왔다. 깜찍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리뛰고 저리뛰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미래는 저 아이들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국가적인 재앙수준이다. 현재 인구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지만 출산율은 1.0명을 밑돌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론적으로는 300년 후에 지구상에서 한국인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1963년 가족계획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면한다'였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으로 바뀌었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좋다는 여자가 없어서 불혹이 넘도록 노총각 딱지를 떼지 못하던 예비신랑들이 혼례를 치르고 아이를 낳는것은 개인의 행복 뿐만 아니라 '애국'하는 것이다.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주여성이 물밀듯이 들어오는 시대에 국제결혼이라도 해서 아이들을 쑥쑥 낳는다면 그것이 국가의 이익이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2018년쯤이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탄다. 몇년전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이 14세 이하 아동숫자를 앞질렀다. 시골의 텅빈 학교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 도심 학교도 문을 닫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충북도 청주와 충주, 제천, 진천등 시단위와 공장밀집지역을 제외하고는 인구가 급격히 줄었다. 저출산으로 전체 인구중 고령자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젊은세대나 국가가 부담해야할 부분이 커진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과 공무원 연금도 넓게는 이같은 인구감소 현상으로 인한 것이다.

인구문제의 심각성은 우리나라뿐 아니다. 인구가 1억2천만명인 일본열도는 70년쯤 뒤인 2080년이면 5천만명 이하로 감소해 현재 남한 인구와 비슷하게 된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180년이 되면 1천만명 미만으로 감소한다. 시계바늘을 더 돌려 서기 2600년으로 가면 100만명이하가 되며 2800년이 되면 0명이 된다. 우리땅 '독도'를 그렇게 탐내는 일본이지만 앞으로 밀레니엄을 못넘기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냥 재미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라는 책을 펴낸 곳은 일본 권위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다. 전문가의 날카로운 분석이 뒷받침된 책이다.

이스라엘의 고민도 인구다. 팔레스타인계주민이 절반에 육박하자 '안보위협보다 더 위험한 인구위협'이라며 불임유대인에게 인공수정비를 대주고 있다, 싱가포르도 출산율이 급감하자 몇년전 '성박람회'까지 개최해 국민들의 성생활을 부추기고 있다.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인구감소를 경험한 독일의 대안은 이민이다. 일본도 이민정책에 발벗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민으로 인구를 바꿀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은 다르다. 비록 인구변화의 전환점은 되지않겠지만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고 군단위 인구감소에 기여할 수는 있다. 다만 전체조건이 있다. 이주여성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웃의 따스한 시선과 배려는 기본이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이 4만여명에 달한다. 앞으로 꾸준히 증가한다. 이제 이들이 대한민국 미래의 한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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