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10월 사흘 연휴를 이용하여 통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10여 년 전에 방문하고 두 번째였다. 그때는 통영이 외지인이 많이 찾지 않고 조용한 항구도시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가 보니 관광객이 많아졌고,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여 오감이 호강을 했다. 이번 연휴에는 특히 관광객이 많아서 숙소를 잡지 못 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인근 거제와 고성까지 숙소가 만원이어서, 먼 진주까지 가야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항구 인근 중앙시장에서는 좁은 인도를 줄지어 다녀야 했고, 유명한 가게와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인내가 필요했다. 지역 주민들은 맑고 청아한 가을 날씨처럼 밝은 표정을 지으며 외지인들을 친절하게 맞이했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거기에 윤이상, 박경리, 유치환 등 20세기를 빛낸 예술가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어서 문화적인 향기를 맡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문화는 자칫 식상한 지역 풍경에 맛을 더하는 조미 역할을 한다. 외지인들은 지역에서 느끼고 체험한 향기와 기억 때문에 그 지역을 그리워하고 다시 찾고 싶어 한다.

필자가 이번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역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친절한 응대 태도였다. 정거한 버스 운전사에게 타야할 버스를 물었을 때, 몇 발작 뒤에 앉은 학생이 벌떡 일어나 안내를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친절을 접하고, 처음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대하도록 지도하나 보다 생각하였다. 허나 얼마 안 있어 시민들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꼈다. 필자가 시내에서 떨어진 모작가의 기념관에서, 가끔 지나다니는 버스를 코 앞에서 놓치고 안타까워할 때, 수 분 후에 다시 그 버스가 되돌아 왔다. 필자는 눈을 의심하였지만 실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그 버스에 탄 승객들이 타라고 손짓을 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을 때, 오히려 필자는 민폐를 끼친 게 아닌가 하여 민망할 정도였다. 그 뒤로도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히 길 안내를 하고, 관광지를 열심히 홍보하는 모습을 보고 지역 시민들의 애향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지역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의식은, 지역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아무리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사를 많이 하고, 예산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지역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이십 년이 넘어서며, 지역 시민 의식은 많이 성숙되었다고 생각된다. 그 동안 이 제도로 인해 여러 단점이 들어나고, 부작용도 발생한 게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도 결국 지역 시민들의 몫이다. 지역 시민들은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지역 시민에게 주어진 권리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지인들의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 요즘 연휴나 휴가철만 되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사를 많이 보는데, 해외도 좋지만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금은 해외 못 지 않게 지역도 상당히 발전하고 볼거리 먹거리도 풍부한 편이다. 특히 다른 때보다도 지역 축제가 많은 시월은, 해외보다는 지역에 가서 함께 할 때, 지역은 더욱 발전 할 수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관광적 가치에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해외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한류 열풍이 불어, 우리 말을 배우고 지역을 방문하려 애쓰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우리 지역의 풍성한 축제 마당에 참여하여 고향의 정취와 특산물을 만끽해야겠다. 흔히 요즘 신세대의 특징 중에 하나가 고향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병원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서도 사이버 공간에 익숙하여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세대에게 지역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고향을 간접 경험하는 장이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매년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마니아가 된 다면, 그 지역과 충분한 교류와 나눔이 가능하다. 가을에는 모든 것이 풍성한 지역으로 떠나 보자. 그리고 추억을 가득 수확해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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