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욱 산문집 '레거시' … 정신적 유산 되찾기 희망

"1970년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 2월 17일 경주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등등 끊일 날이 없는 재난의 연속이다. 불확실성한 개성시대라 그런지 남의 일이 되고 있다. 그래도 내 일처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는 양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만다." -'안전불감증' 중

여기에 지난 17일에는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안전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70세를 바라보는 청주지역의 수필가가 우리 사회 각처에 존재하고 있는 무사안일을 되돌아보고 정신적 유산을 되찾기를 희망하는 산문집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범욱 산문집 '레거시 Legacy' (한강출판사). 저자 이씨는 1945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월간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산하면 헤리티지(heritage)를 많이 쓰는데 이 단어는 보통 물질적인 유산을 뜻하잖아요.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일상 속에 너무 지켜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요. 그 안타까움을 담아 책 제목을 정신적 유산을 뜻하는 레거시((Legacy)라 했습니다."

이 책에는 2년 전부터 중부매일 등 신문사에 기고한 글과 틈틈히 쓴 산문이 실려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너무 많은 것들을 풀어놓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며, 경치·경제·문화·생활속에 흩어져 있는 '기본'을 다시 세울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심지어는 역주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 돈과 권력 모두를 손에 쥐려 하는 혼탁한 정치판, 한탕주의와 씀씀이 헤픈 경제생활, 통장 계좌번호부터 알려주는 결혼식 문화, 사재기 선물보따리에 치이는 해외여행 등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것을 권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비하라, 대비하라!'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유산은 일시적이지만 참된 정신적인 문화유산은 긴 시간을 요하잖아요.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잊고 사는 정신적 유산을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되찾아 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이 책에는 골프를 좋아해 한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기도 했던 저자가 들려주는 골프이야기와 영화, 팝송, 명화이야기도 곳곳에 들어있어 소소한 재미를 전달해 주고 있다.

현재 국제로타리, 공군사관학교 발전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저자는 자연에서 많은 삶의 이치와 지혜를 배운다며 "흙처럼 솔직하고 정직하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로 살자"는 바람을 전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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