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찬바람이 불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말정산 생각을 한다. 올해는 세금을 얼마나 내고,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든다. 연금을 안 들은 사람들은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이라도 들어 둘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비단 연말 정산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후에 연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빠듯한 생활에 연금은 엄두도 못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을 삼층이니 오층이니 하며 준비를 해야 된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예전에는 연금의 삼층구조라하여 국가가 강제로 들게 하는 국민연금, 사적연금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일컬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주택연금과 은퇴준비 금융자산까지 합쳐 오층구조란 개념이 퍼져있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노후에 일정 부분밖에 역할을 못한다. 소득대체율(연금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대비 연금지급액 비율)이 약 20%에 불과하다. 불가피하게 추가로 다른 연금을 가입해야 된다.

다음은 퇴직연금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 또한 선진국에 비해 운용의 규제가 많고 관련 서비스가 부실하여 효율적인 자산운영에 한계가 있다. 국가에서는 퇴직연금 가입 범위를 확대하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어린애를 대하듯이 보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연금은 말이 연금이지 자신이 평생 모아놓은 재산을 축내는 것이니,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마지못해 노후 생활자금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슬슬 머리가 아파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불안감도 밀려온다.

기왕에 가입한 연금에 대한 믿음도 별반 높지 못하다. 국민연금의 연수익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하고, 다른 연금의 운용에 대한 불만족스런 기사들도 눈에 띈다. 최근에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머서와 호주금융연구센터가 발표한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MMGPI)' 보고서에서, 한국은 주요 25개국 중 꼴찌 수준인 24위라는 발표도 있었다. 공적, 사적 연금의 수익률과 규모의 적정성 및 안정성 등을 국가별로 비교 평가한 것인데, 이 지표를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의 연금에 대한 인식과 운용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연금 운용기관들이 운용을 잘못하고, 국가가 감시에 소홀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어떠한가? 한번 정해진 제도를 바꾸는 것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만큼 어렵다. 시대가 변하여 제도 변경의 당위성은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나'에게 해당이 되면 지독히 부정적으로 변한다. 연금 개혁은 그 만큼 어려운 난제다. 연금 선진국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가 엄청난 저항에 직면한 것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잘못하면 세대 간, 계층 간 충돌이 되고 만다. 다른 것은 다 이해한다고 해도 삼포세대(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인 젊은이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 모든 게 인간이 오래 살아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인간 수명은 축복이 아니라 자칫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어줍잖게 국민을 책임진다고 나서는 국가는 점점 가난해 지고, 노년층이 늘어가는 경제는 성장률이 하락하고, 젊은 세대가 부양해야할 노인들은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간다.

점점 가난해지는 국가에게 기댈 것이 없다. 그나마 인기영합적으로 선심정책에 매달리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개혁을 방관하지 말기를 바랄뿐이다. 이제 각자가 스스로를 챙길 수밖에 없다. 우선 연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빨리 시작할수록 적은 돈으로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우의 이야기처럼, 당장 눈앞에 달콤한 것에 현혹되다보면 미래의 달콤함이 사라진다. 어찌할 것인가? 현실은 냉혹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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