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칼럼] 김한근 변호사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인독서량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나타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정작 평소에는 책을 자주 읽지 못한다. 일과 관련된 전문서적을 제외하면 거의 읽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늘 책 한 두 권은 구입해서 사무실 책상이나 집 또는 차 안에 두고 다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의 틈이라도 내어 책을 읽어 볼까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한 달에 한권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기회가 될 때 마다 책을 구입해서 선물하는 것은 즐기는 편이다. 외부강의나, 의미 있는 만남을 할 때는 미리 책을 구입해서 선물을 하곤 한다. 책을 선물하는 이유는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그 종류와 의미에 따라 상대방에게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인 분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책을 한권씩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무실에 미리 준비해둔 책이 없어 급하게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해서 선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 성의는 보잘 것 없었지만, 함께 한 분들께서 너무나 기쁘게 받아 주셔서 그 의미가 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나의 보잘 것 없는 선물에 '시를 읽는 기쁨(저자 정효구)'이라는 책으로 바로 보답을 주신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주신 책의 맨 앞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책 한권의 선물이 이렇게 큰 의미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나의 성의가 보잘 것 없었다는 것에 부끄러웠다.

지인이 주신 책의 첫 페이지에는 '본인이 선물한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미들, 살아오면서 어떤 때 이 책을 읽었었는지, 어떤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마치 선물 받은 책의 내용처럼 시 한수를 읽어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써주셨다.

똑같이 책 한권을 선물했지만, 이분은 어떤 분일까 좀 더 알고 싶고 만나고 싶은 생각을 절로 들게 하는 그런 글이었다. 지인께서 주신 소중한 책 한권 덕분에 난 언제 읽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시를 오랜만에 한 수 제대로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저녁 식사자리에서 시를 건배사로 쓰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이 가을 메마른 나에게 감동의 선물을 주셨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도 책을 선물할 때는 굳이 신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책이 선물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간략하게 코멘트를 달아 선물하는 센스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본인이 책을 선물 받은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를 읽는 기쁨'에 소개된 시 한수를 소개한다.

'귀 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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