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A- 50 전력화 행사 '일방통행식' 강행
"아직도 軍 권위주의 남아" 피해 이용객 비난

공군이 비행 훈련을 이유로 사전 협의도 없이 항공기 운항 일정 변경을 요구해 청주국제공항 이용객들이 영문도 모른채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공군은 민간항공기 운항 시간 변경에 따른 여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었는데도 일방통행식으로 훈련을 강행해,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이용객의 비난을 자초했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에 따르면 지난 22~30일까지 8일간 청주~제주노선 항공기 13편의 운항 시간이 변경됐다.

청주공항에서 오후 2~3시 전후에 이·착륙하는 항공편이 변경 대상이었으며, 때마침 제주도 전국체전과 맞물려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2천명이 넘는 이용객들이 갑작스런 운항 시간 변경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실제로 청주공항 이용객들은 이미 수개월전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출발 하루 전에 해당 항공사로부터 '항공기 운항시간이 변경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아 여행 일정을 축소하거나 변경해야만 했다.

제주~청주노선은 오후 1시 출발 예정에서 낮 12시 5분으로, 청주~제주노선은 오후 2시 25분에서 오후 3시 등으로 변경됐다.

해당 항공사는 운항시간 변경은 항공사의 문제가 아닌 공군의 요청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군 제17전투비행단 관계자는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고위급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산 전투기 FA-50전력화 행사' 준비를 위해 부득히 항공기 운항 일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훈련은 전국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특정 공항의 항공기 운항 시간을 고려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국산전투기 FA-50 전력화 행사는 국산 전투기 양산을 기념하고 비행단 전력 증강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항공업계는 공군이 통상적으로 민간항공사와 협의해 운항시간을 변경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훈련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분위기다.

항공사측과 충분한 사전 협의는 커녕 비행 훈련 하루 전에 운항시간 변경을 요구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의 민·군 겸용 공항이 참여하는 훈련이라면 더욱이 사전에 협의를 거쳐 여객 불편 최소화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전모(50·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씨는 "비행기 시간이 변경돼 제주도에서 점심 일정을 취소하고 느닷없이 청주로 돌아와야 했다"며 "아무리 군이라도 사전에 충분한 고지도 없이 민간항공기 운항시간을 바꾼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변모(49·청주시 청원구 사천동)씨도 "비행 훈련을 국내선 항공기 운항이 적은 오후 3~5시로 옮기지 못하고 꼭 실제 행사 시간에 맞춘 것은 아직도 군 내부에 권위주의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 유승훈

idawoori@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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