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인간의 최대 관심사는 행복입니다. 그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건강입니다.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좋은 음식의 섭취와 적당한 운동입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 잘먹고 잘사는 것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장수마을과 장수식품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효음식을 즐긴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장수국가인 불가리아는 요구르트의 고향으로 일컬어집니다. 스페인이 장수국가로 꼽히는 원인이 하몽과 같은 발효식품을 많이 꼽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대표음식은 낫또를 비롯한 발효음식입니다.

 발효에 관한 한 한국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오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김치와 막걸리라는 음식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치는 1g당 10억마리 이상의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는 등 건강식품으로 선정되며 세계인의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어 김치 단일품목으로 1억달러 이상의 수출고를 올리고 있는 수출효자식품입니다.

 선진국에선 발효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식탁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반짝했던 막걸리 열풍도 이제는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가면서 김치와 젓갈 같은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들도 점점 식탁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요즘 집에서 김치를 담기는커녕 김치를 먹지 않는 아이들의 비율이 늘어간다는 기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발효는 단순히 음식을 삭히는 것이 아닙니다.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음식을 우리 몸에 소화·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 주고, 발효 과정을 통해 유산균을 비롯한 여러 유익한 미생물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발효 음식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고, 비만을 예방해 주는 등 심혈관계 질환을 개선시켜 주고 장내 질환을 개선시켜 주는 효과는 이미 입증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발효음식의 음용을 통해 인체의 자연면역력을 강화시켜 자연치유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조명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항암제로의 이용을 위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발효에 창의성을 결합하면 새로운 제품, 다양한 활용법이 파생될 수 있어,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발효음식은 응용기술에 따라 폐수 정화, 악취제거, 바이오 가스 생성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시도되고 있어 식품 뿐만 아니라 하나의 산업군으로서 집중적으로 육성되고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발효식품도 국가기관의 종합관리시스템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홍보마케팅이 필요합니다. 개별로 진행되는 발효식품의 연구결과를 집대성하고 융합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연구결과를 제품화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 기업을 참여시키고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또, 체계적인 발효식품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할 교육기관과 커리큘럼의 수립도 필요합니다. 좋은 음식에는 재료와 정성이 필요하지만, 이에 더해 발효음식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발효 생햄 하몽을 만드는 데는 18개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연발효 식초를 얻기 위해서는 6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된장, 고추장을 얻기 위해서는 6개월이상의 시간을 음식에 녹여야 합니다.

 이제 농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라, 첨단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고, 농업과 직접적으로 결합된 식품산업이 전세계 산업계의 치열한 각축장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하고 있는 것이 발효식품입니다. 관심과 지원만 있으면 얼마든지 세계 일류로 도약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한식의 보배입니다.

 발효식품은 우리 식문화의 소중한 뿌리입니다. 가장 오랜 발효식품인 식초는 그 기원이 기원전 1만년전까지 올라가며, 삼국시대이전부터 우리의 장류에 대한 문헌자료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한민족과 같이 시간을 곰삭여온 식품입니다. 영양과 과학을 담은 발효음식이 우리 식탁의 중심중 차지할 때 인스턴트 음식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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