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중국 영화감독 장이모(張藝謀)의 신작 '5일의 마중'이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선을 보였다. '5일의 마중'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부부의 가슴뭉클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그는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옌의 원작 '붉은 수수밭'을 1987년 영화화해 세계적인 감독이 됐다. '홍등', '국두', '귀주이야기'등 중국의 색인 강렬한 붉은 색조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거나 부조리한 역사의 현실에 앵글을 들이댄 영화로 유명한 중국의 국민감독이기도 하다.

장이모는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감독이 아니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영화가 아니라 야외공연으로 그의 스펙터클한 작품은 중국관광의 '달러박스'로 등장했다. 중국 하면 만리장성, 장가계, 백두산, 황산등을 떠올리지만 장이모는 불록버스터급 야외공연으로 심천처럼 건조한 신흥 도시에도 전세계인을 끌어모을 만큼 '관광의 판'을 키웠다.

지난주 방문한 중국 심천이 그랬다. 홍콩에서 기차로 한시간이 채 안걸리는 심천은 볼만한 게 없는 도시다. 30여년전만해도 불과 3만명이 흩어져 살던 한적한 어촌이었다니 남다른 '비경(秘境)이 있을리 없다.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신흥경제특구'로 지정돼 지금은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기업 공장을 유치하면서 1천6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로 커지고 다양한 디자인의 마천루가 즐비했지만 도시는 웬지 삭막하고 황량했다.

그러나 이 도시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홍콩·마카오와 붙어있다는 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심천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수 없는 관광콘텐츠가 있다. '심천민속문화촌'내 야외공연이다. 48만㎡의 민속촌은 중국 24개 소수민족의 생활상과 함께 자연 인문 경관을 축소해 한자리에 모아 둔 탓에 중국을 한눈에 보는 듯했지만 웬지 시시하다. 이런 '소인국'스타일의 테마파크는 적어도 선진국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긴 힘들다. 정말 놀라운 것은 '금수중화'라는 이름의 야외공연이다. 소수민족의 설화를 소재로한 공연의 수준이 높은것은 아니다. 다만 500여명이 넘는 배우들과 말과 양떼가 등장하고 1천톤이 넘는 물이 무대위로 쏟아지는가 하면 불꽃이 타오르고 환상적인 색깔의 조명테크놀러지가 공연장을 숨막히게 한다. 매일 한차례씩 열리는 공연은 매회 5천400석이 매진된다고 한다.

이 공연을 만든 사람이 장이모다. 2008년 북경올림픽 개회식 공연을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이미 항주 송성가무쇼, 계림 이강쇼등 중국의 관광지에 '인샹유산제'시리즈라는 초대형 야외공연으로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심천을 다녀온날 청주국제공항 이용객이 연내 160만명을 돌파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항저우·선양과 태국 방콕에 머물렀던 정기 국제노선이 올들어 상하이를 포함, 4곳이나 더 신설됐다는 것이다. 청주로 오는 하늘길이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특히 중국노선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12년 6만3천45명에 그쳤던 이용객은 지난해 13만1천997명으로 배가 넘게 늘어난 데 이어 올초부터 9월까지 30만1천637명을 기록했다. 연말에는 4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10여년전만해도 공항이 등장하는 영화의 세트장으로 이용될만큼 한산했던 청주공항에 활기가 넘치는 것은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관광객 때문이다. 요우커가 밀려오면서 청남대는 물론 국제면허를 따려는 중국인들 때문에 가덕면 운전면허시험장도 붐빈다는 보도가 있지만 충청권 관광지가 이들 덕을 본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다.

청주공항으로 외국관광객이 천만명이 들어온들 갈만한 곳이 없으면 허당이다. 청주공항은 그저 제주도와 수도권으로 가는 길목일 뿐이다.

요우커들을 충청의 자연경관으로 유혹하는것은 힘들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고풍스런 역사의 거리가 있는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성안길을 백날 데리고 다녀봤자 돈한푼 떨어지지 않는다. 청주공항으로 들어오는 요우커들을 사로잡으려면 장이모 감독의 심천 '야외공연'이나 버려진섬이 미술관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일본 나오시마처럼 그들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론은 '문화콘텐츠'다. 장이모 같은 창의적이고 공연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을 데려와서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참고로 심천 금수중화쇼는 400억원 투자해 10년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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