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1992년, 필자는 증권회사에 입사했다. 그 해가 하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개방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해였다. 그때는 그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절감하지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우량기업들을 무지막지할 정도로 사 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왜 사는 지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오래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그들이 선수라는 걸 알아차렸고, 어떻게 하면 따라할까를 고민했다. 오랜 투자 경험을 가진 외국인들은 어설픈 시장에서 맘껏 실력을 발휘하며 엄청난 이익을 가져갔다. 덩달아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국제적인 수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2014년, 막강한 중국이 외국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을 개방하려 하고 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후강퉁(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거래소의 교차매매)이란 제도를 통해서다.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투자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2003년부터 외국 기관투자가에게 제한적으로 시장을 개방하였지만 규모는 미미하였다. 다른 나라의 시장 개방 경험을 알고 있는 중국은, 천천히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챙기며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 역할을 지향하는 중국은, 최대 라이벌인 미국과의 게임에서 이기고자 자본시장 개방을 최대한 활용할 전략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는 위안화를 달러만큼 중요한 통화로 만드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엄청난 달러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위안화는 힘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로 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만만치 않다. 이미 세계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서방세계는 중국의 치부를 간간히 드러내며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중국이 힘이 강해질수록 양진영간의 싸움은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놓고는 더 더욱 양보할 수 없다. 수많은 나라가 성장과정에서 실물경기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의 일시적인 불균형으로 막대한 홍역을 치룬 적이 비일비재했다. 우리나라도 자본시장 개방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얘기가 잠깐 빗나갔는데, 본격적으로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에 대해 생각해 보자.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분명히 중국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장이 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위 말하는 '직구'가 가능하다. 우리의 시장 개방 경험으로 보면 시장이 열렸다고 하여 그게 곧 투자수익을 거둔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언론에서 대서특필을 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쓰지만. 모든 투자수익은 시간이 농익어야 하고 전략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우선, 장기적인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단기적으로 보면 지루하고 시장은 등락을 거듭한다. 전략은 미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그 트렌드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수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특히 정책적인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아직 중국은 국가가 많이 간섭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 번 수립한 전략도 여러 가지 변수를 항상 주시하며 적절히 수정을 해나가야 한다.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나 시스템에서 한계가 많다. 전문가인 금융기관이 양질의 투자서비스와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금융기관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투자수익을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자신의 수익에 매달리면 고객도 잃고 시장도 잃는다.

20여 년 전 시장을 개방했을 때부터 우리는 외국인이 가르쳐준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보다 앞선 투자 역사와 그 동안 쌓은 실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이제 거대 시장인 중국시장을 차분히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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