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홍준표 경남지사로부터 촉발된 '무상급식' 논쟁에 이시종 충북지사도 가세했다. 한사람은 '무상파티'라고 비판하고 한사람은 아예 '의무급식'을 해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무상급식'에 대해선 두 도지사의 상반된 인식만큼이나 우리사회에서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홍 지사는 지난주 무상급식에 대해 화끈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 사업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을 자신의 SNS에 날렸다. 어투도 한층 거칠어졌다.

"지금도 차상위계층 130퍼센트는 급식비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비 지원을 국비로 하고 있다. 가난한 애들 밥 굶긴다는 것은 좌파들의 허위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전임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데 이어 또 다시 자신의 정치적인 컬러를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여의도로 옮겨 붙으면서 '무상급식'은 휘발성 강한 이슈로 등장했다. 정치권에 선택적 복지냐, 아니면 보편적 복지냐는 해묵은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는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3선 의원과 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 등 요직을 줄줄이 맡으면서 시원시원한 리더십으로 '홍반장'으로 불렸지만, '외골수' 기질 때문에 수 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미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무상급식'을 정면으로 반대한 것은 정치적인 모험이라고 할만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인으로 돌아간 것도 '무상급식'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모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담세 율은 18% 밖에 안 되는데 무상복지를 실시하는 북유럽은 45~55%에 이른다. 담세 율이 북유럽의 1/3이 안 되는데, 북유럽 수준으로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무상정책, 무상의료도 하자고 하지 않나"라며 "모든 사회분야를 무상으로 하자면 우선 담세 율을 올려야 한다. 국고가 거덜 나고 있는데 무상 파티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시종 충북지사의 시각은 다르다. "무상급식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헌법 31조까지 거론했다. "무상복지는 헌법적인 개념이 아니지만 초·중등, 더 나아가 장애인 고교까지의 무상급식은 헌법에 따라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무상급식은 엄밀히 말하면 의무급식"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말과 달리 홍 지사의 발언은 많은 자치단체의 입장을 대변한다. 지난 몇년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포퓰리즘'이 횡행하면서 복지예산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다. 정부가 빚을 내던가 증세라도 해야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무상복지는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이 파탄 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디폴트선언이 회자될 수 밖에 없다. 누리과정(취학전 3∼5세 아동보육비 지원사업)과 무상급식 예산편성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간 갈등이 증폭되는 이유다.

무상급식 자체는 유익한 정책이지만 세수부족으로 지자체의 재정이 열악해 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자체마다 무상급식에 중점을 둔 예산을 편성했지만 오히려 급식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들 안전을 위한 시설보수와 교육기자재 비용은 부족해서 교육의 질이 하락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충북은 그나마 무상급식과 관련한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이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이 내년 무상급식에 913억원7천400만원을 반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원만하게 합의했기 때문이다. 아예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 예산분담 메뉴얼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충북도도 재정난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지사는 지난달 새정치민주연합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위한 법률 개정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법의 급식경비 부담 주체를 '국가'로 규정해야 하고, 초·중등교육법상 의무교육 대상자로부터 받을 수 없는 경비 항목에 급식 경비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만큼 충북도의 복지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제 무상급식은 자치단체장들이 비명을 지를만큼 정치권의 심각한 담론이 됐다. 야권에서도 선택적 복지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보편적 복지시대는 저물고 있다. 정부의 복지재정도 거덜날 판이다. 그런데도 '의무급식'이 소신이라는 이 지사의 복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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