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아직도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는 기아에 허덕이고 있지만, 세계의 식품산업의 조류는 단순 영양공급의 시대를 넘어 안전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기본덕목이 되고 있다. BT와 NT기술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연구개발로 기능성 식품개발이 격화됨에 따라 식품산업도 점차 고부가가치화되고 있고, 미래 성장산업으로 그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고유의 식문화와 전통이 담겨있는 전통식품의 현대화를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주하고 있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식품업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최근 식품업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을 보며 감사함과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원론적인 논의 이외의 새로운 정책이나 방향제시가 없는 것을 보며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2000년대 초의 김치와 기무치 논란, 2010년을 전후한 막걸리와 맛꼬리 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우리 것을 제대로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우리의 강력한 무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무엇으로 우리의 식품시장을 지키고 세계와 경쟁할 것인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미국 건강전문 잡지 '헬스'에서 일본의 낫토(콩식품),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틸콩과 함께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음식'에 선정했다. '헬스'는 김치를 "비타민 A, B, C는 물론 섬유질과 유산균이 풍부하고 항암 효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이제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도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는 '김치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중국 쓰촨성 지방정부는 '중국절임식품 5개년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 김치는 1천500년 전 한국으로 넘어간 중국의 절임식품 '파오차이(泡菜 포채)'의 짝퉁"이라고 한국의 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 짝퉁이 원조를 짝퉁이라 몰아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대량급식소는 중국산 김치가 석권한 것은 벌써 예전의 일이다. 가정용 김치시장에서도 중국산이 점점 국산의 자리를 밀어내고 있으며, 고춧가루 등의 김치 재료도 어디가 종주국인지 할 말을 잃게 된다. 하물며, 김치를 담그는 집도 점점 줄고 있고, 김치를 아예 안먹는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 보니, 김치종주국을 자처하는 것이 어쩐지 쑥쓰러울 정도다.

단순히 우리 것이라고 남들이 알아주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 우리 것의 우수성을 밝혀내고 널리 알려야 한다. 식문화라는 것이 단순히 가격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중국산 김치가 싸기 때문에 중국산을 선호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재료들로 담근 중국산 김치이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 아예 김치를 선호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전통을 재해석한 창조적 발전이다. 지키는 것에만 급급한 것은 단순한 답습일 뿐이며, 문화적 가치를 담은 상품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재료를 표준화하고 조리법을 균일화해 세계인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지방의 토산품을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관리해 세계에 홍보하고 마케팅해야한다.

우리에겐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에 뒤지지 않는 신안 천일염이 있다. 고추장도 계량화해서 등급화한다면 타바스코소스 못지 않게 글로벌한 소스로 재탄생할 수 있다. 된장과 청국장을 가공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일본의 낫또 못지않은 사랑받는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조리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결합해 로컬화한다면 한식은 그 어떤 식품과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김치를 이용한 버거, 간장을 베이스로 한 바비큐, 반찬이 아닌 간식으로 재탄생한 김은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음식이다.

최근 한중FTA가 타결돼 식품업계에서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관세인하로 인해 중국산 가공식품이 무차별적으로 국내 식품시장을 공습하리라는 우려와 함께 고부가가치식품산업의 중국시장진출 기회라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준비된 기업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식품업계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것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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