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한 내년 계획
난감한 내년 계획
  • 중부매일
  • 승인 2014.12.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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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연말이다. 한 해가 가고 있다. 이때가 되면 평범하던 하루가 아쉬워지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는 잘 살았는지, 잘한 일은 무엇이고 미진한 일은 무엇인지,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등 잡다한 생각이 든다. 또, 통장의 잔고는 줄었는지 늘었는지도 관심사다. 연말 기업들의 인사 소식이 날아들고, 불우한 이웃들을 돕자는 소리가 들리고, 각 분야에서 한해를 마감하는 행사 뉴스가 많아진다.

연말에 큰 일 중의 하나는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아득하고 난감하다. 내년에 경제 상황이 장밋빛으로 보이는 게 없어서다. 올해보다 목표를 올려 잡아야 하는데, 도무지 숫자가 나올까라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대로 예측되며 저성장의 늪을 헤매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성장률은 제로에 가깝다. 성장판이 닫힌 아이처럼 이제 성장이란 단어를 구경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간혹 디플레이션 우려란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차마 대놓고 디플레이션을 말하지 못해도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웃 일본이 이십년 넘게 고생한 디플레이션 공포가,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처진다.

덩달아 금리는 올해 내내 내려, 지표 금리인 국고채3년이 2%대 초반이다. 그나마 잘 나가고 있다는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도 2%대 초반이다. 우리가 미국과 금리 격차가 이 정도이어도 되는 건가. 미국은 비행기로 말하면 A380쯤 되는 대형비행기라 날아오르기가 힘들어도 안정적이지만, 우리는 헬리콥터 정도인데 기민성마저 잃어버리면 전혀 경쟁력이 없다. 당장 은행에 돈을 넣고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은 막막하다. 어디서 안정적으로 3%대 이자라도 준다면 줄을 서야하는 상황이다. 예전에 금리가 낮으면 싼 이자 덕분에 돈을 얻어 투자를 하던 기업들은, 아예 투자할 생각조차 못한다. 그들도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여 현금 확보에만 급급하다.

눈을 외부로 돌려봤더니 다른 나라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그나마 미국이 잘 나가고 있다는데,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달러 발권력을 동원한 덕분이다. 다른 나라는 죽든 말든 인플레를 조장한 덕분에, 미국은 살아나고 달러도 전례 없이 강해지고 있다. 부러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던 중국, EU, 일본 등 강대국들은, 더 참지 못하고 돈을 풀고 있다. 죽어가는 환자가 고통을 잊기 위해 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은데, 잠시 회복이 될지는 모르나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미 일본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며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본래 체질이 약한데 체력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약으로 근본적인 처방이 미지수다. 그만큼 급한 것이다. 그들이라고 체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처방보단 손쉬운 방법을 쓰게 된다.

이래저래 내년 계획을 세우는 게 고민이다. 우리는 아직 좀 더 일해야 되고 활력을 찾아야 하는 나라이지 않은가. 벌써 조로증에 걸려 비실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이 잘 나가면 약간 도움이 될텐데, 보아하니 그들도 살아남기 바빠 우리를 넘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일본은 미국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시점에 기막히게 돈을 풀어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고, 중국은 우리의 주력 산업인 전자, 화학, 중공업을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관광 와서 조금 도와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경쟁상대인 우리의 산업을 뛰어넘고 경제성 있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더 많다.

어쨌든 변함없이 내년은 온다. 또 치열한 경쟁도 멈추지 않는다. 국내외 상황이 갑갑하지만 그렇다고 남 탓 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지금은 지도에 있는 길만 가서는 답이 안 나온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든지, 지도 밖으로 가든지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 요즘 정부에서 부쩍 규제 완화와 창조경제에 대해 역설하는 것도 이런 다급함과 답답함에서 나온 것이다. 순차적 성장이 아니라 차원을 달리하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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