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는 지난해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기술창업 활성화 및 벤처·창업 규제개선에 대한 정책을 발표했다.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정책이다. 15년 전 경제위기를 맞은 정부가 IT기반의 산업에 집중하면서 경기부양에 성공한 정책이 바로 벤처정책이다. 일부 거품 논란이 있었지만 아베노믹스보다는 한 수 위의 정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 프레임의 한 꼭지로 벤처정책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금년에도 중소벤처창업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각종 정책이 발표되면서 중소기업가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정책의 핵심은 창조제품의 판로지원, 벤처펀드 조성, 중간회수시장 활성화, 실패자가 재도전 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이다. 발표된 정책 중 눈에 띠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CF)이란 것이다. 요즘은 저성장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개인이 1인기업도 되고 1인시장도 되는 산업구조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CF는 이러한 시대에 어울리는 新패러다임의 자금조달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펀딩 방법이다. 주로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자선 기부 형태의 펀딩 방식이지만 기술을 담보한 개인의 투자 형태로 응용이 된다면 중소기업의 양산을 위한 자금 마련에는 매우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미국에서 신생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미국의 신생기업지원법이다. 일명 JOBS법(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이라 한다. 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의 투자자금 유치 규제를 완화하고, 이들 기업이 주식시장에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하여 고용 창출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의 법이다. 미국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한국은 CF가 대부업과 연계되거나 놀이문화로 활용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돼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양적 완화정책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면 자본가의 투자 또는 개인 자산의 투자 유도는 경기 부양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제품에 대한 개인 자본의 투자는 중소기업의 생산 가동, 시장 경제 활성화, 그리고 고용 창출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의 수출 제품은 엔저의 영향으로 단가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는 것은 과거에 많이 사용했던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특히 시제품 개발을 통한 생산품은 양산을 통해 단가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량의 주문을 받기가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 제품의 성능, 가치를 통해 상품성을 판단한 고객이 크라우드 펀드를 통해 선투자를 하게 된다면 대규모 생산을 통한 단가 낮추기가 가능해진다. 물론 투자자 보호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의 신용에 대한 것은 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 공개하거나 전문가 자문을 통해 성공적인 제품 개발에 대한 보증으로 해결 방법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CF는 대규모 사업을 구상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거대자본의 논리가 아니다.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기술기반의 소비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다. 틈새시장의 논리처럼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배려형의 순수자본의 형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소비재형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에게는 CF는 여러 가지 부가적인 장점을 제공한다. 예컨대 CF를 위해 프로젝트를 공개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구매 수요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진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 사항 분석이 가능하며 펀딩하는 투자자들의 분석을 통해 시장 분석의 사료를 얻을 수 있다.

IT가 선도하는 시장에서는 '10억의 중국시장'은 무의미하다. 시장의 규모를 국가 단위로 묶는 것은 이제는 고전적 방식이다. 물론 저명한 경제학자가 객관적으로 풀어내야 할 이론들이지만 우리는 10억 개의 1인 시장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클라우드 펀드'도 한국의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의 한 유형으로 조속히 제도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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