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일파 민영은 소유의 땅이 모두 국고에 귀속되게 됐다. 지난 2년 9개월간 정부·청주시와 민영은 후손간 밀고 당기던 법정다툼은 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청주지법은 최근 법무부가 민영은의 미국 거주 후손을 상대로 낸 문제의 땅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선고 뒤 공시 송달을 통해 판결문을 게시한 다음날부터 2주 이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되지만 이 후손이 항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로써 정부는 민영은 후손 5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이 땅 소유권의 국가 귀속 소송을 매듭지었다.

문제가 된 땅은 1920년 청주중학교 개교때부터 진입로로 사용됐다. 민영은 후손들은 2011년 소송을 제기했으니 거의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땅을 포함해 청주도심의 12필지(총 1천894.8㎡)의 땅을 찾겠다고 나선것이다. 1심은 민영은 후손측이 이겼지만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이 후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국민정서가 납득하지 못할뿐 아니라 법원도 용납하지 않았다. 민영은은 땅을 취득한 시점에 충북지방 토지조사위원으로 있었으며 1924년부터 3년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역임한 명백한 친일파다. 어떤 경로로 땅을 취득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단 한평의 땅이라도 후손들 것이 된다면 누가 법 정의를 믿을 수 있겠는가. 독립운동을 위해 재산을 날리고 자손들까지 제대로 공부를 못시켜 고생길을 걸어야 했던 독립투사들도 한심하게 생각할 것이다.

후손들은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땅을 찾기 위해 소송을 벌인것은 일부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땅 찾아주기 서비스를 통해 수십만평의 땅을 찾아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친일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은사금 2만5천엔을 받은 이기용의 후손은 충남에서 11만2천여평의 땅을 찾아갔고, 정미칠적이며 일진회 총재였던 송병준 후손은 충북에서 알토란같은 수백평의 땅을 찾아 가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번에 민영은 후손들이 마지막으로 패소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을 찾겠다며 소송을 하는 것은 명분과 실리뿐만 아니라 명예도 실추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자손에게 더욱 부끄러운 오점까지 남길 수 있다.

이번 민영은 직계후손들도 '물욕'에 연연해 조상의 친일행각에 대한 깊은 반성이 없었다. 소탐대실한 것이다. 오죽하면 민영은의 외손자들까지 나서서 "지하에 계신 할아버지를 70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한 일부 후손들에게 공익이 경우에 따라선 사익에 앞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밝힌 것을 유념해야 한다.

내년이면 1945년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지 70년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일제의 그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전히 후안무취한 언동을 계속하고 있고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릴려고 획책하고 있다. 친일파 후손들은 조상 얼굴에 먹칠하건 말건 금욕(金慾)과 위선을 드러내며 땅욕심에 혈안이 되고 있다. 역사의 부조리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때 일수록 법원의 역사인식이 중요하다. 그래야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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