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노년층 즐기는 라일락·한라산은 '귀한 몸'
일부 도매상 쌓아두기 '꼼수' … 품귀현상 부추겨

2014년이 저물어가는 연말 '담배 사 모으기'가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로 떠올랐다.

새해부터 담뱃값이 2천원씩 인상되면서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이 담배를 사 모아 두둑이 쌓아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재테크' 수단이 된 것.

21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모든 담뱃값이 2천원씩 인상되면서 애연가들이 담배 사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사재기' 단속에 나섰지만, 담배와 연(?)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이들의 담배 사 모으기 열정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미리 사두면 가게(?)에 도움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일부 인기 있는 담배는 곳곳에서 이미 품절 상태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품절된 담배는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이들이 즐겨 피는 저렴한 가격대의 담배들이 대부분이다. 또 가격도 싸고 노년층에 인기 있는 담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 갑에 2천원하는 '라일락'과 '한라산'이다.

이 두 종류의 담배는 담뱃값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그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2천500원인 다른 담배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싼 편이라 서민·노년층이 즐기는 담배들인데, 요즘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귀 품목이 됐다.

중앙공원에서 만난 한 70대 노인은 "죽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담배 피는 '낙'이라도 있어야지"라며 주머니 가득 사 놓은 담배를 보여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용돈이 얼마 된다고 담배 사 피고 나면 남지도 않겠다"고 담뱃값 2천원 인상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반면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는 일부 담배도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담배가 미국산 '말보르'와 영국산 '던힐'이다.

이들 담배는 담뱃값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교적 지갑 사정이 두둑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사 모으기에 나서며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송영일(26)씨는 "담배 피는 애들이 요즘 담배 사 모으기에 바쁘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5천원에 가까운 담배값이 부담스럽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런 모습과 함께 일부 도배상이 담배를 쌓아두고 담뱃값 인상에 맞춰 풀어 놓으려는 '꼼수'까지 부리면서 일부 품목의 담배 품귀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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