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임정기

세밑 정국이 혼란스럽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으로 온 나라가 마치 목적지를 잃고 항해하는 배처럼 국정의 최상위계층인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양상이다.

문건 유출 혐의를 받은 최경락 경위가 이미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데 이어 정윤회씨가 이른바 비선라인의 실세로 국정에 개입한 혐의로, 또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이 검찰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유출된 정윤회 문건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주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유출 문건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문건 유출을 확인하고, 청와대에 알리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조 전 비서관실의 지휘를 받던 박관천 경정이 작성한 두 문건이 어떻게 작성되고 유출됐느냐는 수사를 하는 검찰의 몫이다. 박 경정은 이미 구속됐으며, 당시 그의 상관인 조 전 비서관은 22일 검찰에 나와 재조사를 받는다.

세간에서는 이 사건을 비선라인의 실세라는 정씨와 박 회장간의 권력암투로 보고 있다. 또 문제는 유출된 청와대의 기밀문서가 어떻게 언론사와 한화그룹으로 흘러 들어갔느냐는 것이다. 이 또한 검찰이 해결할 몫이다.

2년여 전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며 야심차게 국민 속으로 다가갔지만 취임 직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 순방길에 발생된 인턴 여성 성추행 혐의로 홍역을 치렀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안전을 위해 만든 행정자치부는 도로 행자부로 개편됐다. 정홍원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총리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줄줄이 낙마해 다시 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역점을 둔 창조경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비정상의 정상화 또한 말 그대로 구호에 그쳐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정책은 실종 내지는 생색내기용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게 시중의 여론이다.

1인당 채무와 가계부채도 우려스럽다. 올 상반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1천5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1인당 채무가 5천만 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자칫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 시한폭탄이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늘어나면서 연말 송년회와 외식업체의 특수가 크게 사라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한다. 특히 올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의 3.7%에서 3.4%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8%에서 3.5%로 내렸다. 양극화 속에 경제회생 돌파구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최경환호는 해법을 제시해야한다.

이 때문인지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최근 들어 처음으로 30%대로 뚝 떨어졌다. 충성심이 강한 보수층과 고향인 대구·경북에서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고 모 여론조사 기관은 밝혔다.

입법부는 또 어떤가. 입법부의 수장인 정의화 의장은 불통을 이유로 들어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차기 잠룡 중 한 사람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미 대권을 향해 마이웨이 행보를 하는 느낌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내년도 2·8 전당대회를 놓고 각 계파간 수 읽기와 세불리기에 이미 돌입한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처남의 취업부탁이 사회문제가 돼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여야간 대화와 타협, 그리고 대통합의 정신은 연말 국회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죽하면 국민은 정쟁이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할까.

어수선한 정국속에 헌재는 19일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통진당의 해산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헌법의 적으로부터 우리 헌법을 보호하는 결단이라고 황교안 장관은 밝혔다. 합법을 가장해 헌법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게 헌법재판관 다수의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과 재미동포 신은미·황선씨의 '종북 콘서트' 논란은 우리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있다. 이런 때 일수록 국방과 안보 등 외치를 단단히 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행복 시대에 걸맞는 대타협과 상생안을 실천해야 한다.

한 해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민초들은 가는 연말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되레 정부를 걱정하고 있다. 정치권의 대타협, 중앙과 지방의 상생, 그리고 분권, 이 모든 것은 국가와 지역간 균형발전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다, 이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우리 모두 차분하게 새해를 준비할 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