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 김준기 청양·서천·보령 본부장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1월과 12월, 잇따라 세계경제의 양축인 미국과 중국을 방문해 활발한 외자유치 행보를 펼쳤다. 실속 있는 성과도 꽤 거둔 편이어서 민선 6기 첫 외자 유치를 위해 찾아간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 3곳과 투자협약을 체결, 4천700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더욱이 철강분말, 특수조명기구인 플라즈마 램프 생산 등 고도기술을 보유한 알짜배기 기업들과의 거래를 성사시켜 그 의미가 남달랐다. 안 지사는 중국방문에서도 옌볜조선족자치주 정치·행정 최고 지도자인 장안순(張安順) 당서기와 리징하오(李景浩) 주장을 차례로 만나 상생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베이징에서는 제조분야 투자를 처음으로 유치하는 등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필자가 거론하려는 것은 성과가 아니라 안 지사의 외자유치와 기업유치 자세다. 이야기는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 지사는 6월 일본과 중국으로의 출장을 앞두고 기자브리핑을 통해 순방의 목적 등을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순방 바로 직전인 4월, 야스쿠니 신사 춘계예대제에 일본 각료 5명과 의원 166명 등 역대 최다인 171명의 정치인들이 참배를 강행해 국내 반일 분위기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거기다 기가 막히게도 일본에서도 반한 감정이 한층 높아지고 있던 터라 '과연 이런 시기에 가서 환영 받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높았다. 이를 염려한 듯 한 기자가 "이러한 분위기 탓에 일본에서의 외자유치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란 모범답안을 기대했지만 안 지사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답변에는 강한 자존심이 녹아있었고, 신조가 들어 있었다. 안 지사는 "문제가 있는 기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콧대 높은 대답과 함께 문제의 범주에 반민족 정서 기업, 일제시대 전쟁참여를 독려했거나 민족자본을 수탈한 기업, 일본 내 극우성향 정치인들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기업 등을 포함시켰다.

이밖에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주민과 갈등을 일으키는 기업 등도 사절이라고 밝히며 양보다 질을 우선시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여간 안 지사는 멋진 대답을 남기고 일본을 다녀왔고, 그 후 몇 개월 후 고도기술을 보유한 3개 일본기업으로부터 5천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낭보를 전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탓에 지방으로 이전 하려던 국내기업들 마저도 멈칫거리는 상황에서 안 지사의 이런 태도가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외자를 끌어들이기에는 '너무 뻣뻣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혹은 앞으로의 기업유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 하겠다 협박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자국 영토인 독도를 대한민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하는 등 일본의 만행이 끊이질 않는 현실에서 한국 땅에 돈 좀 투자한다고,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연신 내뱉어야 한다고는 생각 않는다.

실제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본기업들이 한국에서 번 돈을 가지고 독도를 다케시마로 만드는데 투자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충남도 땅에서는 벌어지지 않기를 필자는 바랄 뿐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경기를 되살리고, 도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위해서는 도지사가 장사꾼처럼 굴어야 할 필요도 있겠지만 도민의 대표로서 지킬 건 지켜야 한다.

그동안 안 지사가 보여준 꼬장꼬장한 줏대 있는 외자유치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해주리라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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