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2015년을 얼마 앞두고 장밋빛 희망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분위기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가오는 새해의 부푼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내년의 불확실성을 더 염려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 해의 경제상황에 대해 고민했던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경기논쟁 또한 늘 있어왔지만 유독 내년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유는 2015년이 현 정부 기간 중 선거가 없는 해로서 경제체질을 탈바꿈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15년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5월의 3.8%에서 3.5%로 수정했다. 배경으로 임금상승률 둔화에 따른 민간 소비 부진과 중국 및 유럽 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증가율 감소, 기업들의 투자 심리 악화 등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성장률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인 민간소비·수출·설비투자 증가율을 종전 전망치보다 내려 잡았는데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율은 거의 절반으로 낮췄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전망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 3.8%를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IMF가 이 수치를 하향 조정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얼마 전 유엔경제사회국(UNDESA)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장기 침체 등 하방 위험을 여전히 지적하고 있다. 내년의 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지역 경제인들의 시각에 투영되어 있다. 대구지역 기업인들 절반(49.0%)은 내년 지역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전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21.7%)의 두 배가 넘는다. 인천발전연구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 인천의 지역내총생산 실질성장률은 올해 추정치 2.7%에서 약간 상회하는 2.8%로 예측했다. 금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경영환경조사' 결과(329개사 참여), 응답기업의 81.6%가 최근 경제상황을 '한국 제조업 및 수출의 구조적 위기'라고 답했다. 내년도 투자 및 고용계획과 관련해서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하고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로 저성장·저물가 장기화(36.7%)와 세계경제 회복 지연(27.2%)을 꼽았다.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정책과제로는 투자 및 기업의욕 고취(32.0%), 확장적 거시정책 유지(24.8%) 등을 제시했다.

경제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충북은 이달 초 사상최대 규모인 4조3천여억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 청주시도 내년 정부 예산규모 증가율 5.7%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인들의 투자 및 기업의욕 고취와 재정지출 확대 건의에 부응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 내년은 확정적 재정정책이나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와 더불어 정부나 기업인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구조개혁 노력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첨단기술·정보산업 등 신성장동력 산업과 문화·여가·의료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경제체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EU가 지역의 아이디어와 지식의 창출, 활용, 전파를 촉진하면서 중소도시 및 농촌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스마트전문화 전략과 일본이 고령화·인구감소 하에서 서비스산업을 기준으로 1차 상품을 생산하려는 '역 6차 산업화' 전략 등은 참고할 만하다.

경제는 심리다. 외부 변동성이 크고 환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손치더라도 투자나 소비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불필요한 불안감은 문제다. 민선6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혜안을 다시 한번 모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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