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2014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은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시아의 최고 갑부로 떠오른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떠오른다. 중국의 항저우에서 태어나 불과 월 12달러짜리 영어 강사였던 그가, 미국 뉴욕의 심장부에 당당히 알리바바를 상장시키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외모를 보노라면 왜소한 체구에 볼품없는 얼굴이지만, 미국의 유수한 매체와 인터뷰하는 그의 눈동자는 살아서 번뜩였다.

얼마 되지 않는 중국자본시장의 역사에서 어떻게 마윈 회장 같은 글로벌 리더를 배출할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중국인이 갖고 있는 자신감과, 자본의 생리를 이해하고 세계화된 시각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를 무대로 하지 않으면 최강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너무나도 좁다. 비좁고 빡빡하다. 지구본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륙에 연이은 한반도가 보이지만, 그것도 절반이 댕강 잘려나가고 반만 남았다. 언뜻 보아도 세계 속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를 이해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젖어, 우리를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 지 걱정이 된다. 비근한 예로 일부에서는 아직도 아세안 국가를 우습게 보는 것을 왕왕 목격할 수 있다. 그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젊은 층이 두텁고,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서, 예전에 우리가 보여주었던 활력이 느껴진다. 토끼와 거북이의 싸움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리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낭패한 토끼의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올해 굵직한 FTA를 많이 체결했지만, 한·베트남 FTA 체결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이와 같은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적으로는 아시아인이 많이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는 상당히 증가해, 웬만큼 큰 지방도시 인구 정도의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급격히 고령화 되고, 인구 증가 속도가 정체되면서, 저급한 노동에 대한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주고 있다. 필연적이고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어떤가.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실재함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일부에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근거 없는 우월감 때문에,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는 데 스스로 장애를 만들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외국인 노동자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 여부와 이민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와 인구정체 현상을 겪은 일본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책 실패로 경제의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각 분야의 세계 진출이 더욱 확대되고 깊어져야 한다. 필자가 속해 있는 금융 산업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시장만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 이미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의 맛을 보았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 한 점점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고객들이 해외를 미처 모르기도 했고, 해외투자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편하게 살았다. 이제는 아니다.

세계 속으로 뛰어듦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위기만 보고 머뭇거리면 할 일이 없다. 기회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하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격전의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은, 경쟁은 더 치열하고 생존은 불확실하다. 새해에는 세계 속을 누비는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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