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 논산은 요즘 농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돈봉투' 사건이 연일 화제다. 성인인구 3천800명에 불과한 논산 노성면 한 농촌마을의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두톰한 돈봉투가 최소 150여장 이상 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조합원이나 조합원 가족에게 조합원 가입비(출자금) 명목 등으로 1인당 20만∼1천만원씩 모두 6천여만원을 돌린 혐의로 조합장 출마 예정자를 구속했다. 돈 받은 사람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받은 돈의 최고 50배를 물어야돼 과태료 총액이 무려 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를 받은 사람들은 써보지도 못하고 목돈을 과태료로 부담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논산 노성면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 될지도 모른다. 작은 면단위 조합장 선거조차 거액이 살포됐다면 규모가 큰 곳은 더 많은 금품이 오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40여일 앞둔 오는 3월 11일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실시된다. 농·축협 1천117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 등 모두 1천328곳에서 실시되고 출마 후보자만 4천여명에 이른다. 당연히 선거열기도 뜨거운 만큼 잡음이 많이 들린다. 정부가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부터 자르기 위해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만성적인 비리가 악취를 풍기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전국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사법처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선거부정이 우리사회에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보여준다. 최근 조합원 수백 명에게 굴비세트를 준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북 김제농협조합장 출마예정자가 구속됐으며 지역 모 축협 조합장에게 현금 수 천만원을 건넨 혐의(농업협동조합법 위반)로 전 고성군의원이 사법처리 됐다.

이밖에도 현직 조합장이 프리미엄을 이용해 조합원들에게 은밀하게 음식을 제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에 적발해 조치한 건수가 벌써 129건에 달한다.

이처럼 조합장 당선에 혈안이 된 것은 그만큼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가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부정선거로 조합장이 된다면 해당 단위농협의 경영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을 뿐더러 조합원을 위해 건전하게 운영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로인한 피해는 수천, 수만명의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돈선거'가 되지 않게 하려면 선거운동 제도를 개선해 '깜깜이 선거'를 지양하고 어떤 후보가 조합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일꾼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론회와 연설회를 갖도록 하거나 사전에 학·경력이 담긴 명함을 돌릴수 있도록 해야 조합원들의 후보자의 면면을 조금이라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는 신고포상금을 종전 최고 1천만원에서 10배인 1억원으로 올려 '돈선거'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점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와 병행해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이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한다면 '돈선거'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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