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등수사 허점 사고 현장 1700m 떨어진 CCTV도 못 찾아

청주 흥덕경찰서는 30일 오전 '크림빵 뺑소니' 사고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사고 당일 가해차량의 도주 경로를 발표했다. 경찰은 피의자 허씨가 샛길을 이용한 것으로 보아 사고를 인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재민
[중부매일 김재민 기자]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용의자가 29일 발 11시 8분께 자수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경찰의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기본적인 것조차 확인하지 않은 부실 그 자체였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 10일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청주시자동차등록사업소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의 용의자 허모(38)씨가 전날 오후 11시께 자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7시께 남편이 지난 10일 술에 취해 들어와 횡설수설했다는 뺑소니 사고와 연관성이 있는 제보를 받고 용의자 허씨를 추적했으나 그는 부인과 함께 경찰서로 찾아와 자수하며 사건이 마무리 수준을 밟고 있다.

그동안 경찰은 현장 주변에서 CCTV를 확보해 국립과학연구소에 분석을 맡겨 4가지 종류의 차량이란 회신을 받아 이에 초점을 맞춰 뺑소니 전담반은 물론 강력팀 형사 등 가용 경력을 모두 동원해 용의차량을 쫓았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일까. 100%에 가까운 뺑소니 사망사고 검거율 기록하고 있는 충북경찰은 처음부터 이번 사고의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사고현장 주변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포함해, 주차된 블랙박스까지 모두 조사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경찰은 1천여개의 CCTV 화면을 확보해 분석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사고현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 화면도 확보해 분석했으나 추운 날씨로 성에가 껴 용의차량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CTV 화면을 국립과학연구원에 맡기고 그 결과가 나올 때만 기다리는 등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 사이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번 뺑소니 교통사고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로 부르며 소위 '네티즌 수사대'까지 동원돼 용의차량 찾기에 나서는 등 전국의 관심이 이번 사건에 쏠렸다.

그제야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7일 사고 현장을 찾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약속했고,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수사본부까지 설치하는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결정적인 단서는 바로 사고 현장 부근에서 나왔다.

사고 지점에서 1700m 가량 떨어진 청주시차량등록사업소에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 화면에 용의차량이 포착된 것이다.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강력팀 형사들이 사고 현장 주변을 탐문하면서 지난 27일 차량등록사업소에 설치되 CCTV를 찾았다.

또 이 CCTV 화면에는 숨진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용의차량이 지나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했고, 그제서야 경찰은 용의차량을 특정해 차량 주인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주변 1천여개의 CCTV를 조사했다고 하는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설치된 CCTV조차 확인하지 못하며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강력팀 형사들의 현장 활동 능력이 다른 부서의 직원들보다 높다 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으나 늦게나마 형사들이 CCTV를 발견해 용의차량을 특정했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앞서 지난 10일 새벽 1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청주시자동차등록사업소 인근 교차로에서 강모(29)씨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강씨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들고 집으로 퇴근하던 길이었고, 아내의 임용고시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은 잠시 접고 생업전선에 뛰어든 착실한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엄기찬·김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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