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지난달 30일에 금융감독원에서 OECD 가인드라인에 맞춰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금융이해력 국가통계 승인을 받고,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평소 금융교육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발표 내용을 흥미 있게 보았는데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가 OECD에 비해 금융지식은 높으나, 금융행위(행동방식)와 금융태도(가치관)는 낮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금융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나, 이를 실천해야 할 필요에 대한 인식이 낮고 습관화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한 발 더 나아가서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느끼고 깨닫는 것은 실천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구체적으로 금융행위는 자신의 재무상황을 점검하고 소득과 지출을 관리하며, 장기적인 재무 설계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조사 결과 스스로 금융정보를 수집하기 보다는 금융기관의 마케팅 정보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금융상품 선택 시 열 명 중에 두 명만이 다른 회사 상품과 비교해 선택한다고 대답을 하였다. 금융정보는 곧 돈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충분한 금융정보 습득을 위한 노력이 아쉽다.

또, 금융태도는 돈에 대한 개념, 장기저축과 현재 소비 선호 여부, 현금거래와 신용거래 등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미래에 대비한 저축보다 현재 소비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나타나며 금융태도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저축과 소비에 대한 균형을 이루고, 돈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돈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

지역이나 권역별 조사 결과에서도 의미 있는 사실이 도출되었다. 예상 된 결과지만, 대도시나 중소도시보다 군·읍·면 단위에서 금융이해력 점수가 낮았다. 또, 6개 권역별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쉽게도 충청권이 점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문제에 있어서도 대도시 편중 현상이 심하고 지역이 소외된다는 점은, 향후 금융교육에 대한 방향을 암시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금융정보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금융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배려와 교육이 더 절실하다고 하겠다.

지역이나 권역별 조사를 하며 금융교육 비율(금융교육인원수 / 지역인구)도 함께 살펴보았는데, 대체적으로 금융교육 비율이 높은 지역이 금융이해력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은 금융교육 비율이 2.5%밖에 되지 않아 하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교육은 학생 때부터 조기에 실시해야 한다. 교육 내용에 있어서도 현재의 교육을 더 내실화 정규화 해야 한다. 또, 대도시보다는 금융소외지역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되고 지원돼야 한다. 필자도 모 지방대학 요청으로 군 단위 주민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한 적이 있었는데, 금융교육이나 정보에 대해 많이 소외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는 금융사기에 대한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과도한 부채로 인해 개인의 존엄성마저 잃어버리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국가적으로도 우리나라 개인 부채는 천조 원을 넘어서며 우려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전국민이 금융이해력 증진에 나서야 할 때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이 행복한 시대에 한발 더 다가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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