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얼마 전 '충북경제 4% 실현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민선 6기 도정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완성된 것이다. 이제는 투자유치 37조원, 지역 고용률 72%, 충북 수출 230억불 달성을 위해 실효성 높은 대안들을 엮어서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과제가 남았다. 우선적으로 해법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지역의 비전과 접목해야 한다. 기업 성장의 원천은 기술력이다. 문제는 신기술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내에 현존하는 주요 기업 중 40%만 살아남을 것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기조연설 주제는 '빠른 혁신 : 파괴하느냐 파괴당하느냐'였다.

실제 CES에는 파괴적 혁신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신기술 즉,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로봇 등이 전시장을 뒤덮었다. 이 중 압권으로 사물인터넷이 꼽혔다. CES 참가 기업 4곳 가운데 한 곳 이상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였다. 인터넷이 지금까지 미친 영향보다 향후 사물인터넷이 주는 영향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을 사물인터넷 시대의 비즈니스 원년으로 지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기술 트렌드와 관련하여 최근 발표된 자료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사물인터넷 특허 출원 동향' 보고서를 통해 LG전자가 스웨덴 에릭슨(206건), 미국 인텔(198건), 퀄컴(143건)에 이어 네 번째(139건)로 많았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35.3%로 가장 많았고 한국이 24.9%로 2위였다.

LG전자가 사물인터넷 특허 출원에서 삼성전자(73건, 7위)를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충북 IT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LG그룹과 손잡고 설립됐다. 이 때 가장 강조된 키워드는 '특허'였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작정 돕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자립기반을 마련해줄 때 특허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위해 LG그룹 보유 특허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특허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공개하겠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바이오, 화장품 외에도 전자, 화학, 통신 분야도 망라됐다. 차세대 시장을 주도할 사물인터넷 관련 지역 강소기업을 LG그룹과 함께 키워나가는 전략은 지역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약개발 기술과 실적을 겸비한 바이오기업들이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2000년대 바이오버블 이후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국내 바이오산업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 주요 항체의약품들의 선진국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충만하다. 바이오시밀러 임팩트의 가시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 지난번 '충북경제 4% 실현 비전 선포식'에서 투자협약을 맺은 바로 그 기업이다. 그 외에 줄기세포, 화장품 분야에서 부상하는 지역 강소기업들도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이러한 우호적인 변화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을 선도할 젊은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러야 한다. 작년 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IT기업들이 20~30대 젊은 인재 수혈과 도심지역의 편의성이라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비싼 임차료에도 불구하고 뉴욕, 보스턴 등의 도심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젊은 IT 고급인력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도시에 최적화되어 있고 IT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기업 간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한 협업임을 감안할 때 도시의 입지적 강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에는 오송·오창 과학산업단지, 음성·진천 혁신도시, 충주 기업도시, 제천 바이오밸리, 옥천 의료기기클러스터 등 거점지역이 산재해 있다. 여기에 젊은 인재들을 유혹할 수 있는 공간적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 작은 성공이 위대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를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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