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선포한지도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나라 곳곳에 문화융성 실현을 위하여 지역문화촉진과 융성을 위해서 '지역문화예술진흥기본법'등등이 선포되고 문화부를 비롯하여 산하기관들의 노력이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는 경남거제시에서 문화예술재단의 상임이사직을 수행하면서 도심 생활권역을 벗어난 어촌과 농촌 주민들 그리고 다문화가정들의 문화향유의 정도를 살펴보고 문화소외계층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문화소외계층이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흔히들 저소득층,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이 그럴 것이라고 예단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들 이외에도 바쁜 격무로 인해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많은 문화 소외계층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매일 매일 비상 출동을 위한 대기상태인 119소방대원들, 수많은 택배 등 우편물을 집집마다 배달해야 하는 우편집배원들, 3교대의 격무에 시달리는 병원의 간호사들, 새벽부터 온갖 사람들의 고민과 고통을 듣고 나누는 성당의 신부 등 종교인들, 나라안에 수많은 일이 벌어짐과 무관하게 국토와 국민을 지키려는 군인들 등 다양한 소외계층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업도시는 자동차와 중화학공업의 울산과 제철중심 포항 그리고 조선수도 거제를 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세 도시의 특징 중 하나가 '공연문화가 뿌리내리기 힘들다'는 것으로 대개의 공연기획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도시다. 1인당 GRDP 가 5만불 이상이고 대졸초봉의 급여가 5천만원을 넘는 등 경제적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이들 도시가 왜 이러한 평가를 받을까?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좆아서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하고 내재화하는 문화향유보다는 일단 직장 내에서의 안정적 위치확보 즉 계약직이나 임시직에서 벗어나 정규직 근로자가 되기 위한 것이 가장 우선적인 조직이다 보니 직장 상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면 필자의 '문화거부계층'이 있다는 표현의 의미는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능력과 환경이 되면서도 애써 문화향유기회를 도외시하는 부류들을 지칭한다. '문화거부계층'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만 한다.

1천500석의 아름다운 공연장을 가진 '청주예술의전당'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돌이켜볼 일이다. 청주시 수천 명의 공무원들은 1년에 단 한번이라도 공연장을 찾아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악을 감상한 적이 언제인지 돌이켜볼 일이다.

중앙정부는 '문화융성'을 노래 부르고 지역은 '문화소외계층'을 줄이기 위하여 많은 예산을 활용하여 지역과 마을로 찾아 나서는 현실에서 나는 '문화거부계층'이 속해 지역문화발전과 문화도시로 거듭나려는 행정적 노력에 역행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경북 청도군에는 개그맨 전유성이 문화기획자 '전유성'으로 살고 있다. 그는 문화와 관광이 척박하던 시골마을에 이른바 '개나소나콘서트'를 수년째 열어 군민 3만여명인 청도군에서 인터파크 예매율 30주째 1위인 철가방 콘서트 등등을 개최하여 연 5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개나소나콘서트는 이제는 청도군의 대표축제가 되었고 심지어 수도권 일부 지자체에서는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아이디어를 사려고도 했으며 전유성을 자신들의 도시로 모시려는 시도도 있다고 전유성은 말한다.

더욱더 재밌는 것은 전유성이 매년 8월에 그 해에 인간을 위해 희생된 소들을 위한 위령제로 시작하여 반려견 등을 동반한 사람만이 입장이 가능한 이 콘서트를 감명깊게 체험한 경북도의원 한 분이 경북도청에 얘기해서 지역마케팅 차원에서 지원을 하겠다며 전유성에게 시간이 나는대로 경북도청에 연락을 하라고 했단다. 해서 전유성은 당연히 경북도청의 문화예술과 혹은 관광과로 갔더니 해당 직원이 개나소나 붙어있으니 축산과로 가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직원들 스스로 공짜표를 찾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문화거부계층이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에서 일년에 단 한번도 문화를 만나고 예술을 즐기지도 못하는 현대인이라면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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