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그게 말이 돼? 말이된다. 아니 말이 된지 좀 지났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마이너스 금리가 점점 흔해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유럽 선진국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주 먼 나라 얘기 같지는 않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라고 해서 전 세계적인 현상을 비껴갈 수 있을까? 지금 마이너스금리는 아니라도 우리나라 금리는 유래 없이 하락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대체 뭔가?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은행에서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원금에서 마이너스 금리만큼 이자를 빼고 주는 거다. 쉽게 말해 은행에 100만원을 연 1% 금리로 넣으면, 일 년 후에 99만원만 고객에게 준다.

그럼 세상에 누가 은행에 돈을 맡기겠는가? 그런데 돈을 맡긴다. 왜냐하면 돈을 가지고 있어봐야 투자할 데가 없다.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보다 더 낮은 수익밖에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안전한 은행에 맡긴다. 돈을 유치해야 되는 은행은 고객에게 돈을 넣지 말고 찾아가라고 하니, 어디 이상한 나라의 마법이라도 걸린 풍경이다. 그런데 현실이다. 샤일롯이 들으면 기절초풍 할 이야기다.

은행 예금만 그런 줄 알았더니 최근에는 채권 발행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은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 조달을 하는데, 돈을 꾼 기업이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돈을 더 받는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쌓아놓고 있는 애플은, 마이너스 금리로 채권을 발행한다고 한다.

이 정도가 되면 과연 돈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통상 돈은 빌려주는 사람이 빌려준 대가로 이자를 받는 수단인데 돈을 갖고 있어 봐야 가치가 없다니. 차라리 써 버리든지 아니면 돈이 필요한 기업에게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돈의 수난 시대이다. 왜 그렇게 되었나? 전 세계가 양적완화란 이름으로 돈을 마구 풀고 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각국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향해 가는 것은 이유가 분명하다. 제발 돈 풀 테니 가서 소비를 해 경제가 일어설 수 있도록 하라는 메시지다. 아니면 금리를 낮춰 그 나라의 통화 가치가 떨어뜨려서 기업들이 수출이 잘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 세계가 동시에 진행하는 사항이 아니고, 나라마다 저만 살겠다고 각자 난리를 치고 있다.

덩달아 가만히 있는 이웃 나라도 슬슬 조바심이 난다.

외환 보유고가 많고 환율이 안정적인 우리나라도, 덩달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남들은 다 하는 데 왜 안 하느냐고? 남들 하는 대로 하면 보통은 하는 거 아니냐고.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금리와 통화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누구도 자신 있게 맞다 틀리다를 확신하지 못한다. 시간만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활동을 하는 보통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다.

사람들은 미래가 불안하니 소비를 줄이고 돈을 쌓아놓기만 할 뿐이다. 이자가 싸니 돈 빌려다가 집 사라고 해도 잘 안 산다. 정책 당국이 요구하는 것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마이너스금리 시대는 곧 디플레이션(물가하락)시대를 의미한다. 경기가 수축하고 있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가 모두 어렵다고 느낄 때이다.

이런 때일수록 혁신과 체질 개선으로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한다.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어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잘 될 때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호응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 좋은 상황에서 기회가 오기도 한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재밌는 일이다. 내부혁신을 통해 각 경제 주체가 보다 더 강해지고, 마이너스금리 시대에도 잘 대응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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