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청주는 그동안 청주국제공항이 있음에도 시민들이 국제 혹은 글로벌, 아시안 등과 같은 단어에 그다지 실감을 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여느 해와는 다르다. 일단 '동아시아문화도시'관련 행사가 연중에 걸쳐 있고 9월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될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국가간 또는 지역간 문화를 통한 교류는 참으로 중요하다. 칭다오는 15년 전만 해도 '중국내 구로공단, 반월공단'으로 불릴 만큼 우리기업의 진출이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기업으로 승부하던 칭다오에서 이제는 우리의 문화와 한류로 산업화를 시도해 볼 시기가 온듯하다. 일본의 니가타도 인구수나 도농 복합도시 형태 등과 같이 여러모로 청주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지난 3월9일 청주시는 여러 가지 준비된 행사로 의미 깊은 개막행사를 했다. 소박하고도 품격있는 개막행사였다는 평이다. 문화교류란 간단히 말해서 대화와 소통이다. 우리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이른바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지역이나 국가의 사람들을 만나서 말을 나누고 이를 통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 교류의 핵심이다. 그러려면 상대방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그들이 와서 경험하게 되는 음식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주한 외국인들이 짜고 매운 음식을 먹고 무척 당황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흠 역시 작은 고추가 맵지?'라는 식의 피학적 특성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워낙 많은 여행과 교류가 이루어져 그 나라 그 지역의 전통적인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진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처럼 찌개 한 그릇을 여러 사람이 숟가락을 넣어 같이 먹으며 친목을 다지는 모습보다는 개인접시와 국자를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양반자세로 앉는 것에 불편해하는 중국인들을 위해 의자를 준비하는 등 좌식문화를 염두에 두고 만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차(茶) 문화에 익숙한 중국인들은 찬물이 불편하다. 이렇듯이 교류의 핵심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이 불편하거나 어려울 것에 배려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두 번째는 교류의 핵심은 단순한 스킨십이 아니라 열린 생각이다. 개인도 집단도 편견이나 배타성, 선입견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 않으면 결국 이벤트성의 혹은 선심성의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그간 필자가 수많은 문화 혹은 문화적 교류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사교성, 이른바 부침성은 없어도 된다. 다소 무뚝뚝한 것이 때로는 매력일 수도 있으니 쉬운 말로 간사한 모습이 친절함이라고 착각할 필요도 없다. 진정성 그리고 진심은 어느 지역이나 어느 시대나 통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진정성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얘기를 듣겠다는 또한 마음을 열겠다는 진심이 있다면 That's All. 그리고 문화교류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여기에 더하여 청주시의 문화예술을 산업으로 수출할 기회를 열어갈 공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분명해야 할 것은 중국이 걸어온 과거에 대한 직시이다. 웬디 셔먼 美국무부 차관보의 말처럼 값싼 박수를 받기 위한 정치적, 문화적 쇼가 아니라 역사에 대한 올곧은 인식은 물론 이에 대한 상호공동인식과 인정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하는 협력체계 구축이 바로 문화교류의 목표일 것이다. 아울러 서로간 차이를 인정하고 불편하고 섭섭하지만 다름을 인지하는 것도 훌륭한 합의이고 교류다. 다른 말로 억지로 서로 같아져야 하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은 마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는 왜 안 좋아하느냐고 부채춤을 추거나 온통 하얀 분칠을 한 가부키 인형을 강매하거나 칭타오 맥주만을 강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은 걸음부터 천천히 신중하게 '칭타오'와 '니가타' '청주'가 갈 일이다. 광주의 어느 시민이 '광주와 다르게 하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알려왔다. 슬픈 일이다. 뻑적지근하게 이벤트성 행사만을 잔뜩 벌려 시민은 없고 관중만 있었다는 2014년 동아시아문화도시 광주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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