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오미경 '직지원정대' 출간 … 용기·사랑·도전 등 '직지의 가치' 전하고 싶어

"청주하면 직지잖아요. 누군가 직지를 테마로 동화를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아주 오래 전부터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죠. 그러다 강원도 태백 장성초로 특강 가는 기차 안에서 스토리가 물흐르듯이 엮어졌어요. 오랫동안 미뤄놓았던 숙제를 끝낸 기분입니다."

동화작가 오미경(50)씨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찾아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동화집 '직지원정대'(출판사 휴먼어린이)를 출간했다.

오 작가는 요즘 시대가 공부만 강조하는 세상이다 보니 모험심에 대한 싹이 올라올 틈도 없고, 또 사건사고가 많아 엄마들이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는 시대여서 책을 통해서라도 어린이들에게 모험의 세계를 접해주고 싶어 이번 동화집을 펴내게 됐다고 밝혔다.

씩씩하고 마음씨 넓은 고대봉, 명랑 발랄 의리소녀 주홍비, 코난 뺨치는 명탐정 박호일, 가수 지망생 범생이 조은빛. 이렇게 개성만점 4인방은 여름방학을 맞아 청주고인쇄박물관에 견학을 갔다가 잃어버린 문화재 직지에 현상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정대를 만들어 역사탐험을 시작한다.

"직지를 찾아서 지구 끝까지! 직지탐험대 화이팅!"을 구호로 골동품 가게, 도서관 특별서고, 시골의 오래된 절 등 직지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헤맨다. 그러나 매번 허탕을 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은 점점 꼬여간다. 다시 힘을 내 직지를 찾아나선 길에서 수상한 빨간모자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까지 벌이게 된다.

이 동화속에는 직지는 우리나라 전통 책제작 방식인 오침법으로 꿰맸다든지, 직지는 '사람의 본마음을 바르게 보아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직지를 찾아낸 故 박병선 여사가 우연히 직지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재를 찾으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등 직지와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있다.

또한 위험에 처한 직지탐험대 4인방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모님에게 쓴 편지의 내용은 글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아빠! 요즘 근처에 대형세탁소가 많이 생겨서 힘들지? 난 아빠가 자랑스러워. 아빠는 그냥 옷만 빨아주는 게 아니라, 손님의 성격까지 헤아리는 '아주 특별한' 세탁소 주인이잖아." -167쪽

"엄마, 아빠! 저도 형처럼 뭐든지 잘해서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데 잘 안돼요. 그래서 너무 속상해요. 그런데 정말 엄마, 아빠를 못 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요. 그래도 형이 아니라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서 다행이지요?" -169쪽

"아빠! 이게 아빠한테 하는 마지막 말이 될지도 몰라. 아빤 엄마 돌아가시고 내 앞에선 씩씩한 척하지만 속으론 안 그런거 다 알아. 언젠가 밤에 혼자 술 마시면서 우는 거 다 봤어." -174쪽

이런 편지 내용들은 우리들의 자녀들이 평소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 같지만 부모의 마음과 가정의 형편을 살피는 대견한 자녀들임을 일깨워 준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는 보물을 찾았어. 그럼! 진정한 보물을 찾았지. 그게 뭐냐면…"으로 직답을 피하며 독자들에게 그 보물이 무엇인지 각자 답을 달아보도록 여지를 남겨두고있다.

"저 자신에게 물었어요. '왜 직지를 아이들이 읽는 동화로 써야할까?' 하고요. 많은 생각 끝에 직지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는 답을 얻었죠. 백운화상이 지혜를 얻기 위해 멀리 중국까지 배움의 길을 떠난 용기와 의지, 그 배움을 글로 써서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사랑의 마음, 스승의 뜻을 받들어 책을 펴낸 제자 석찬과 달잠스님의 정성어린 마음, 그리고 어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활자를 만들어낸 그들의 도전정신. 그런 것들을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동화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오 작가의 지론이다. 그 다음이 그 재미속에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감동과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슴을 키우지 않아 머리만 커지는 이 시대에 문학작품, 특히 동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는 그녀는 이야기 책을 아이들 손에 쥐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동화를 쓴다. 그래서 이번 동화도 직지의 정보보다는 가슴에 직지의 가치를 안겨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흥미진진한 모험동화로 탄생시켰다.

1998년 동화작가로 데뷔, 동화라는 샘물을 맑게 가꿔 좋은 동화를 쓰기 위해 늘 골몰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까지 교환일기', '사춘기 가족',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금자를 찾아서', '일기똥 싼 날', '신발 귀신 나무', '뚱뚱해서 싫어?', '나도 책이 좋아', '난 꿈이 없는 걸'에 이어 이번이 10번째 동화책이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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