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전격 인하한 가운데 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46조원 정책패키지'를 보완한 유효수요 증대 방안으로서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로 떨어진 지 8일 만이다. 우리 경제의 절박함에 대한 방증이다.

올 초부터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3%는 주요 7개국(1.6%)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1.7%)를 밑돌면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보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욱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낮게 예측되면서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드디어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소위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3.7%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 10.5%를 기록한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와 투자도 좋지 않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까지 35개월째 흑자를 냈지만 내수 부진과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논의는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2010년 6.5%, 2011년 3.7%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나서 줄곧 낮은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저성장을 방치했을 경우 그 파장은 심각하다. 1980년대 미국의 불경기와 1990년대 일본의 저성장을 설명하는 용어인 이른바 '이력효과(hysteresis)'는 저성장이 장기화될 때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에 따라 경제행위가 위축되면서 실제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게 된다. 이제는 저금리·저성장에 저물가·저투자를 더한 4저 공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직면해 있다.

이번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에서 5조원은 기업투자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신성장산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 처방들은 과거처럼 일시적 활황이나 벤처버블이 아니라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 돌파에 방점을 둬야 한다.

일본과 닮은꼴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 겪은 경험을 통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저성장 기조 탈피, 재해로부터의 부흥·재생 실현, 에너지 안정 확보, 저탄소사회 실현, 고령화문제 대응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과학기술정책의 특징은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관련 시책의 선택과 집중, 부처별 정책의 정합성 유지, 연구개발에서 실용화·사업화를 연계한 예산집중 등으로 요약된다. 이렇듯 일본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충북도 혁신자원의 공급 확대보다는 자원의 질 향상과 시스템의 효율성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우선 양적인 측면에서 충북의 과학기술분야 투자가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어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시·도별 총 예산 중 과학기술관련 분야 평균 투자 비중은 2012년도 1.2%에서 2013년 1.5%로 높아졌다. 충북은 2013년 기준으로 2.4%를 나타내 전국 평균 1.5%를 크게 상회하면서 대구(3.9%), 울산(2.6%), 전북(2.5%)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재정자주도가 울산(69.80%), 대구(63.38%)에 비해 낮다는 점(48.24%)을 감안하면 그간 충북의 과학기술 분야 투자는 적극적이었다. 이를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성장과 고령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도록 과학기술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지나면서 시·도별 성장의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높고 빠른 큰 성장이 아닌 낮고 작은 성장에서 지역경제의 내실을 찾는 혜안이 요구된다. 지역사회의 발전과 함께 여기에 속한 시스템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만큼 새로운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와 의사결정체계의 재점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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