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람과 세상 만물이 인터넷으로 이어져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 세상은 그간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을 파괴하면서 마케팅방법, 제품개발 전략까지 바꿔놓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기존의 비즈니스가 소비자의 실체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가 실시간 보여주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하고 다양한 기술을 통해 상호 연계된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렇게 1년이 과거 10년처럼 지나가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태 속에서 잠시라도 뒤처지지 않기 위한 조급증이 일반화되고 있다. 낡은 것은 모두 허물고 새 활로를 찾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그렇지만 비전 만들기는 내일을 향한 단선적 접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거의 경험 안에서 미래를 위한 지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전략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미국 뉴욕대 조지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기업의 역사 자체가 변화·혁신의 연속이므로 그로부터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택배회사 UPS는 1990년 말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그간 트럭 배송, 화물비행기를 이용한 화물 운송, 웹 기반의 배송추적 시스템과 같이 쉴 새 없는 신사업 개척으로 UPS가 시장 선도 기업이 되었음을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IBM의 경우 2002년 당시 최고경영자는 회사의 기록물과 창업주의 연설문을 보며 IBM이 중시해야 할 가치를 도출해냈다. 그건 고객만족, 장기적 관계 형성, 틀을 깨는 혁신 창조였다. 이 점을 들어 돈 안 되는 하드디스크와 PC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기업의 혁신적 미래 전략을 역사에서 찾은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의 비전 만들기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지난 시간의 기록만이 아니라 소외되고 관심 밖이었던 물리적 공간도 과거를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최근 지자체마다 사양산업의 폐쇄시설을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설로 업사이클링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이나 용도를 새롭게 추가해 완전히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경기도 광명시는 1912년부터 약 60년 동안 금, 은, 구리, 아연 등을 생산했던 광산을 창조공간으로 업사이클링해서 2018년까지 환경 체험과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하는 관광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중랑물재생센터 및 중고차 매매시장이 위치한 장안평 일대를 국내 최대의 업사이클링 타운으로 만들고 향후 업사이클링 소재 플래너, 에코디자이너 등 미래 일자리 2만 개를 창출하는 서울의 핵심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내년이면 충청북도가 출범한지 120년이 된다. 충북정도 120년의 역사 속에서 오늘날 달라진 환경 하에 어떤 시·공간적 대안이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

우선 기록물을 토대로 변화와 혁신에 관한 사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 헌신했던 귀중한 경험담으로 스토리를 입힌다. 그리고 축적된 기존 정보에 도전과 희망을 담은 시나리오를 덧붙여 미래 비전을 그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소비자 변화와 그에 따른 비즈니스 파괴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만큼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최적의 투자방법을 제시한 '켈리 공식(The Kelly Criterion)'인데 정보의 정확도가 높을수록 부(富)가 빨리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고도의 지식정보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생존전략이다.

과거와 상황은 다를지라도 기회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 결과가 지금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점검해봄으로서 새로운 의사결정 시에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역사로부터 배우는 교훈일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