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정종병 시조사교역 < 時兆社;敎役 >

정해종의 시집 <우울증의 여인을 위하여>중에서 '사월이면 바람나고 싶다'라는 시가 있다. "사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어쩌면 지금, 이 자연을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도 표현했는지 감탄을 자아낸다. 春 3월부터 자연의 색깔과 향기에 오감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꽃의 릴레이가 계속 되기에 어느 꽃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지 모두가 머뭇머뭇거리고 있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천연계에서 노래가 절로 나온다. 김동환의 시에 이선영 가수가 부른 '산 너머 남촌에는' 절로 콧노래가 넘친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 피는 4월이면 진달래 향기 / 밀 익는 5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호정골 야산에는 봄의 꽃이 지금 농이 익어가고 있다. 상당산성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흰 백옥의 자태의 벚꽃이 무심천 벚꽃축제의 제2탄이 지금 화려하게 뭇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산성 터널을 지나 미원으로 가는 길목 오른쪽은 산에 불을 지핀 듯 온 산에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애송하기 좋아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매일 출퇴근할 때 마다 낭송하게 한다.

국민시로 세계적으로 이처럼 애절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가 한국인의 애환으로 밖에 상상할 수 없는 러브 스토리라 생각이 된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목련공원'이라 이름 지은 것처럼 우아하고 청초한 목련은 여기 저기에서 봄꽃으로 그 자태를 자랑하면서 키 높게 우뚝 서 있다. 박목월의 시에 곡을 붙인 '사월의 노래'는 목련꽃을 바라볼 때 마다 부르지 않고 지나칠 수 없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 아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 별을 보노라 /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청주 낭성에서 미원 가는 길가에 조팝나무꽃이 사열이라 하듯이 하얀옷을 입고 다소곳이 인사를 하고 있다. 모든 꽃들이 말을 걸고 있다. 아무리 바쁜 일상의 삶일지라도 눈을 봄꽃 가까이 와서 꽃이 하는 말을 듣고,또 꽃에게 말을 걸어 달라고 한다. 수줍은 듯 가장 키 작은 발 밑에서 보일 듯 말 듯 한 풀꽃도 말을 건내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예쁘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전문) 나도 오늘 용기를 내어 꽃에게 화답의 말을 걸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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