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진로체험] 충주 중원中 학생 21명 '1일 기자' 김병우 교육감 인터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중부매일이 진행하는 기자 진로체험 '네 꿈을 펼쳐라' 세 번째 체험에 나선 충주 중원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27일 충북도교육청 행복관 어울림방에서 김병우 교육감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용수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중부매일이 진행하는 기자 진로체험 '네 꿈을 펼쳐라' 세 번째 체험이 27일 충북도교육청 행복관 어울림방에서 김병우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기자 체험 활동에 나선 충주 중원중학교 2학년 학생 21명은 '1일 기자'가 되어 교육감을 상대로 직접 구성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뜻 깊은 인터뷰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교육감의 학창시절의 추억과 교사 시절 가진 교육관, 교육감이 되면 이루겠다는 꿈과 목표를 현재 어느 정도 이루고 있는지,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며 느끼는 어려운 점 등을 묻는 등 평소 궁금해 했던 내용의 질문을 쏟아냈다.

김 교육감은 '무엇이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학생의 물음에 "학생들이 배려받고 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학교, 그래서 학생 모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흘러나오는 학교가 행복한 학교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 편집자

김병우 충북도교육감과 충주 중원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인터뷰를 마치고 도교육청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용수

저희들은 지난 일요일 밤 걱정반 기대반의 마음으로 좀체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인터뷰를 잘 해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충북교육의 산실인 청주에 있는 충북도교육청을 방문한다는 설레임이 엇갈리면서 마음이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어린 학생들로서 충북교육을 책임지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인 교육감을 만나뵙기로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어떻게 하는 거지?' '무슨 질문을 해야 한담? 떨려서 목소리조차 기어들어가는 건 아닐까?' 내일 오전 앞으로 다가온 일에 대해 걱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면 '여러분들의 눈높이에서 무엇이 가장 궁금한 지, 여러분의 부모님, 나아가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씀을 이끌어내도록 질문을 구상하라'는 강사 선생님의 말씀이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간신히 붙들어주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되도록 21명의 친구 모두가 짧은 질문이나마 돌아가며 질문할 수 있도록 질의의 내용과 순서를 짜 연습해 두라'는 말씀은 꽤나 부담스러웠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스스로 만들어보라는 강사 쌤의 말씀을 듣고서 왜 이런 주문을 했는지 이유를 짐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압박감을 완전히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튼 시간은 흘러 피할 수 없는 27일 오전 11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충주를 떠나 청주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중부매일을 들러 잊지 말아야 할 점들과 오늘의 일정을 설명 듣고는 이내 충북도교육청으로 이동했습니다.

떨릴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아랫 배에 힘을 지그시 주고, 그러다 설령 방구가 터져 나오는 불상사(?)가 일어나더라도 담대하게 질문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우습게 들리기는커녕 흔들리는 목소리를 붙잡아줄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양 되뇌이고 곱씹으며 짐짓 태연을 가장, 교육감님과 드디어 첫 대면을 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기자체험 자유학기제 중원중학교 2학년 1반(담임 안보영 교사) 학생들입니다. 자유학기제 기자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중부매일신문사와 충북도교육청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특히 시간을 쪼개가며 일하실 정도로 바쁘실 교육감께서 이렇게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막바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교육감께서는 지금의 저희처럼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셨나요?

-잘 했다기 보다는 열심히 했습니다. 경북 상주의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김천의 도시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저는 첫 수업시간을 잊지 못합니다.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도시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하고 와서 많은 것을 먼저 알고 있었지만 저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당시 가장 좋아 하셨던 과목은 무엇이었고, 반대로 싫어하신 과목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국어를 가장 좋아했어요. 그래서 국어선생님이 되었지요. 싫어한 과목은 수학이었는데, 전 아무래도 수리 쪽으로 소질도 없고 재능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감님은 전에 교사이셨다고 알고 있는데 어릴 적 꿈이 교사였나요?

-어렸을 때 꿈은 글 쓰는 사람이었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이루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국어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공부하는데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가요?

-무대포-실제로 교육감께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셨다. 아마 우리들을 편하게 하려고 부러 이런 비표준의 낱말을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로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해서 안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뭐든지 그렇지만 공부도 재미를 붙여야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이 되려면 어떤 걸 잘해야 하나요?

-그런 것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나보다 몸이 불편하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좋아해야 하는 마음가짐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육감님의 학창 시절 성적 얘기도 나왔다. 이 질문에 교육감은 "솔직히 잘 했다"며 웃어보였다.

▶교육감님이 삶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주변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나누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해내기가 어렵습니다. 주변에 용기와 도움을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런 소중한 사람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돕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내게 귀인이 나타나게 돼 있어요.

▶무엇을 고치고 개선하시려고 교육감이 되셨나요?

-표정이 무거운 아이들을 웃게 해주려고 교육감이 되었습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게 돕고 싶었습니다.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창하는 '행복한 교육'입니다.

▶교육감님은 어릴 때 어떤 학생이었나요?

-착하지만 다소 엉뚱한 꿈을 꾸던 아이였습니다.

▶좋은 학교가 되려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좋은 학교인가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따뜻하게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는 학교, 학생들 마음이 구겨지지 않도록 보살펴주는 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을 하시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행복교육을 위해 일선학교의 선생님들께서 노력해 주십사하고 요청하고 있는데, 정작 교육감인 저는 행복을 느끼기 어려운 처지예요. 제가 요구받는 일, 해야 할 일이 산같이 쌓여 있는데, 막상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기 때문입니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이렇게 많은 데 다 할 수 없으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반성은 많이 합니다. 후회하며 긍정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오며 가장 존경스러운 인물은 누군가요?

-도산 안창호 선생님과 신채호 선생님입니다. 두 분이 나라를 사랑한 방식은 다르지만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한 점은 같습니다.

▶타 지역에서 무상급식으로 말이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 교육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먹는 것을 가지고 어린 학생들이 눈치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선별 급식을 해야 된다고 하는 말들도 일부 있는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에게 특별히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보세요. 긍정적인 시선이 출발이 되어 주위 사람도 행복해지고 주변 모두가 따뜻해지게 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인생의 최종 목표인 행복도 '긍정'에서 시작합니다. 긍정 에너지를 한껏 안고 삶을 살아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교육감은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좌우명이랄까 가치관부터 약간의 정치, 혹은 철학적 생각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 우리들에게서 나올 줄 모르셨는지 잠시나마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고는 자신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어린 우리의 질문에 성심껏 대답해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충청북도에서 기자체험 교육활동의 차원에서 학생들과 교육감이 직접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교육청의 설명을 들어서인지 초반에는 긴장되고 떨렸지만 질문과 응답의 과정이 거듭되면서 '아 정말 우리에게 뜻 깊은 시간으로 기억되겠구나'하는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문예지 / 대표집필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고승환, 곽은서, 기솔, 김민석, 김범식, 문예지, 문유진, 박건, 박근우, 서경덕, 신예빈, 안은정, 안혜린, 엄소영, 우순업, 이주향, 임수빈, 정우진, 정준수, 정찬민, 지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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