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성도로 개선 왜 안되나 <上> 급격한 경사 구조적 문제점

2009년 11월 개통 이후 2013년까지 사상자만 73명, '죽음의 도로'란 오명을 쓴 채 '산성도로'는 사고뭉치가 됐다. 도로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로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갖은 개선 방안에도 반복되는 사고로 피해만 늘고 있다. 본보는 '산성도로'가 안고 있는 그 치명적이 위험성과 이것을 막을 대책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 편집자



청주 '산성도로'는 기존 '명암약수터~산성'을 연결하는 고갯길을 대체해 2002년 착공에 들어가 2009년 11월 개통됐다.

◆6곳의 굽은길 산성도로의 뇌관= 이 도로는 공사비만 695억원이 들었고 4.57㎞ 구간 상행선에 명암1터널(510m)과 명암2터널(679m), 하행선에 명암1터널(674m)과 명암2터널(670m)이 있다. 'S자' 형태의 급격히 굽어지는 구간만 3곳이고 그나마 다소 완만한 구간까지 합하면 모두 6곳의 굽은 길이 있다. 이 도로는 일반도로인 '평지부도로'와 달리 산악지형에 건설된 '산지부도로'로 평균 경사도가 9.8%며, 경사도가 심한 곳은 10%에 달한다. 쉽게 말해 100m 구간에 10m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운 각도(角度)다. 이 도로는 산악지역인 산성마을에서 산성터널을 지난 뒤 급경사 길을 내려와 명암타워 앞을 지나는 우회도로를 만난다. 바로 이 곳이 '산성도로의 뇌관'이라 불리며 사고가 반복되는 지점이다.

◆사고 목격 후 무조건 3차로만 이용=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입니다. 그 길(산성도로와 순환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을 지낼 때는 무조건 3차로를 이용합니다."

회사원 윤모(42)씨는 아직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2012년 6월 11일 오후 2시께 청주 산성도로와 외곽 순환도로를 연결하는 교차로에서 크레인이 오른쪽으로 굽은 도로를 돌지 못하고 왼쪽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크레인이 신호를 기다리던 승용차 등 차량 3대를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당시 윤씨는 신호대기 맨 앞에 있었고 그의 뒤에 있던 승용차 등이 쓰러진 크레인에 그대로 깔렸다. 그는 그때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했으면 지금 자신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당시의 처참한 사고 현장 목격담을 들려줬다.

윤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운전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도로가 개통되고 2013년까지 '산성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만 31건에 사상자 73명에 달한다.

지난 21일에도 이 도로에서 4.5t 화물차가 왼쪽으로 넘어져 차에 실려 있던 밀가루 400포대가 도로에 쏟아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급경사+급커브=사고' 악순환= '산성도로'는 애초 설계부터 문제가 있어 사고의 위험을 안고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사고 대부분이 급경사의 굽은 길을 돌지 못해 무게 중심을 잃어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다. 특히 평균 경사도가 9.8%에 달하는 '산지부도로'와 일반도로인 '평지부도로'가 만나다보니 이 지점에서 사고가 잦아 '급경사+급커브=사고'라는 수식이 돼 버렸다.

청주시는 2013년 5~6월 산성도로와 외곽 순환도로가 만나는 지점의 도로 왼쪽과 오른쪽 높이를 조절하는 등 '선형개선' 사업으로 사고 예방에 나섰다. 또 2010년에는 속도를 40㎞에서 30㎞로 낮추고 과속방지턱과 교통안전시설물도 설치했으나 사고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단기적인 '땜질식' 도로 개선이 아닌 장기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도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도로 설계에 문제가 있어 발생하는 사고는 단시간에 개선할 수 없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장기적인 보완·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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