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윤여군 부국장 겸 영동주재

오는 6월 대전 판암~옥천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전용선로가 완공되면 기존의 옥천역~옥천읍 삼청리 사이의 '대전 남부연결선'은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옥천읍 주민들은 이 철도의 철거를 위해 지난해 1월 주민서명 운동을 벌이고 국무총리실과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철거를 건의, 지난해 3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부터 철로를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철거를 통보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한 업체와 '대전 남부연결선'을 유원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이 밝혀져 옥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달 김영만 옥천군수와 면담를 갖고 "10여년간 마을을 가로막던 장벽을 걷어내고 부지는 원래의 주인인 주민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마을 앞을 가로막는 장벽을 걷어내 달라"고 요구했다.

논어에서 자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자공이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방위 대책, 생계 대책, 백성의 신뢰 중 포기해야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을 포기해야하는 지 묻자 공자는 방위 대책, 그다음으로 생계 대책을 포기해야한다고 답한다. 사람은 죽음을 면할 수 없지만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옥천읍을 갈라놓은 남부연결선 철거를 원하고 있다. 옥천읍 주민들은 대청호로 각종규제에 묶여 조그만 땅이라도 개발을 위해 아껴야 한다는 정서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 유원시설이 들어선다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옥천군 전역에는 미칠지 몰라도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옥천읍 주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이 있을 지는 고려해 볼 문제이다.

더욱이 이미 1년 전에 결정된 철거가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와 협의없이 재활용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옥천 주민들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시설공단은 240억이라는 철거비용을 22억으로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공단은 예산절감과 행정효율을 선택한 것이다. 공단의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요구도 중요하겠지만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철거대상이 된 남부연결선을 재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철도를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공단은 "강원도 정선을 비롯해 강촌·곡성·문경·삼척해양·여수해양 레일바이크 등이 전국적으로 폐철도를 활용해 지역명물로 재탄생했다"며 "속초 궁촌역∼용화역 간 5.4km 구간에 설치한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는 2010년 7월 개장 이후 2개월 만에 유료탑승객이 10만 명을 돌파하고, 인근 음식점 등 매출이 증가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공단 관계자는 "대전 남연결선의 지상 및 교량구간은 레일바이크를 설치하고, 터널구간은 와인저장고로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지역특산물 판매점 설치 및 지역체험농장을 운영해 지역주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사전에 옥천군 및 지역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단의 행보를 지켜보면 예산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시설공단이 진심으로 행정효율을 우선하고 주민들을 위한 생각에 유원시설 유치를 결정했다면 철거를 약속한 공문을 번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먼저 공청회를 열어 주민들의 생각을묻고 유원시설 설치가 가져오는 장단점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했어야 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으로 인해 옥천군 주민의 지역사회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될 판국이다. 남부연결선 갈등은 옥천이라는 한 지역에 한정된 작은 일이지만 이러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다면 국가는 전체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부와 기관은 무엇을 추진하든 국민의 의심과 불신으로 인해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설공단은 주민의 생각을 먼저 묻고 소통하는 활로를 열어 살림살이 잘 하는 행정보다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행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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