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세계에서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이웃한 중국에 대해 가당치않은 우월감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중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미국과 견줄 수 있는 강대국임에 틀림없다. 금융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 이슈가 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만 봐도, 중국은 예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였다. 기존에 미국이 갖고 있던 절대적인 힘이 중국의 등장으로 분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IB에 가입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호혜적으로 유지할 발판을 마련하였지만, 과연 얼마나 실리를 획득할 지는 지켜 볼 일이다. 아무래도 미국과의 관계도 껄끄럽다.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주식시장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우리나라에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 되었고, 국내 굴지 기업이 위안화로 무역 결제하는 등 양국 간에 금융 교류는 급속도로 활발해 지고 있다. 금년에도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등 교류와 개방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과 더불어 실질적으로 얻어내야 할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우리나라의 발전에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한참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외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대적하기 위해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과감하게 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형편이다.

금융시장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우선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양질의 장기투자자금을 획득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늘고는 있으나, 아직 중국의 양로기금 같은 사회보장기금의 투자는 미진한 편이다. 중국 자금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유럽계 자금이나 다른 선진국 자금을 충분히 대체할 만하다.

다음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중국기업의 상장을 유치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기업들이 상장하고 싶어도 너무 많은 우량기업들이 대기하고 있어 상장이 요원한 상황이다. 기다리다 못한 중국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때 우리나라가 유치할 메리트를 주어야 한다. 기존에 중국기업을 상장하며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있지만, 그것을 과감히 넘어설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금융시장과 연결한 안정적인 고금리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공급하여야 한다. 작년부터 한국에 진출한 중국의 은행 등을 통해 고금리 상품이 판매된 적이 있다. 이외에도 중국 채권, 구조화 상품 등 무궁무진하게 협력하여 개발할 부문이 많다. 지금은 중국 위안화가 횡보하고 있지만, 힘이 세지는 나라의 통화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투자는 우리나라 부의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과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지금보다 중국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정작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피상적으로 알거나 우리식으로 해석하여 객관적이지 않은 사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은 정부 정책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들의 정책을 이해하고 그들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더 많고, 그들의 이익에 의해 분석하는 시각이 여과 없이 들어오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인력과 인프라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제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중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식으로 중국을 해석하고 예측하여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국과 관계를 맺는 데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 있다. 과거 미국 경기가 좋을 때 이웃한 멕시코 등의 나라가 동반 성장한 경험을 충분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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