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에 따른 성과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한 침체를 중동건설붐으로 벗어났듯이, 경제혁신을 이루고 세계적인 불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제2차 중동붐을 일으킬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중동 붐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건설 붐이었다면 이번 중동 교류의 방점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전수와 운영을 책임지는 형태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도 이번 중동순방의 성과를 경제활성화의 초석으로 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움직임중의 하나가 할랄푸드에 대한 관심입니다. 전혀 새롭지 않은 시장임에도 우리에게는 미지의 시장이 할랄시장입니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허용되다"는 뜻으로, 할랄푸드(Halal food)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한 식품을 말하는데, 이슬람 율법하에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을 통칭합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식품 시장 규모는 2012년 1조880억 달러(1195조 원)로 전 세계 식품시장의 16.6%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1조6260억 달러로 6년 만에 49.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이슬람 인구 증가 등에 따라 전 세계 식품시장 규모의 2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 중동 정상외교를 통해서 새롭게 부각된 무슬림 지향의 할랄식품과 할랄산업은 현재의 대세인 요우커(遊客·중국인관광객) 이후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내 전 산업계의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요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할랄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용어입니다. 이슬람 교인을 대상으로 한 할랄푸드의 경우 그 저변에 깔린 문화적인 이해 없이는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하기 힘들며, 체계적인 접근 없이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무계획적인 진출은 추후 힘든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우려도 상존합니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이들 이슬람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작년한해, 75만명의 이슬람들이 한류 붐에 편승해 한국 관광을 했다고 하며, 그중 20만명이 남이섬을 찾았다 합니다. 남이섬이 관광명소이기는 하지만, 유독 무슬림들에 소문난 이유는 남이섬에 할랄인증을 받은 식당이 있는 것이 큰 이유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수만명의 이슬람권 유학생이 있지만, 전국의 할랄인증 식당은 단 5곳에 불과하며, 할랄식품을 취급하는 자체 인증 식당도 40곳이 안된다고 합니다. 할랄이 아니면 입지도 먹지도 쓰지도 않는다는 무슬림들에게 한국은 아직도 멀기만한 나라입니다.

우리의 의식수준은 어떨까요? 우리에게 이슬람은 광기어린 종교집단으로 드라마에 등장하거나, 해외토픽에 등장하는 분쟁지역·위험지역으로 연상됩니다. '중동'이라는 단어를 '테러와 폭력'과 동일시하지는 않는 지 걱정됩니다.

할랄은 인증자체가 드물고, 심사요건도 까다로워, 할랄식품은 몸에 좋고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합니다. 그러한 인식 확산과 더불어, 무슬림이 아닌 일반인들도 안전한 식품을 추구하여 할랄 인증 식품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말레이시아가 회교권 국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국제 할랄 허브 전략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아랍의 관광과 금융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10년전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일본도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과 할랄 인증 식당 등 편의시설을 서둘러 갖추며 전통식품에조차 할랄인증을 도입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동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동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미국, 유럽시장도 바로 사정권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회는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슬람이 우리와 이웃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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